[미디어펜=이원우 기자]시중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을 관심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기존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수익률(ROA)을 보다 구체화해 효율적 자본 배분과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려는 모습이다. 강력해진 바젤Ⅲ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외 은행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RORWA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 주요은행들 사이에서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관리가 최근 새로운 과제로 부상했다. RORWA는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ROA(총자산수익률)의 A(자산) 부분을 RWA(risk weighted assets, 위험가중자산)로 구체화한 지표다. 즉, 위험가중자산 대비 이익 비중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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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시중 주요은행들 사이에서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관리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했다. RORWA는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ROA(총자산수익률)의 A(자산) 부분을 RWA(risk weighted assets, 위험가중자산)로 구체화한 지표다. /연합뉴스 |
기업들이 보유한 자산에는 저마다 다른 특성이 존재한다. 특히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출자산의 경우 대상과 유형에 따른 위험 수준과 수익성이 각각 상이하다. ROA와 달리 RORWA는 이들 중 수익성이 낮거나 위험도가 높은 자산에는 낮은 가중치를 부여한다.
반대로 수익성이 높거나 위험도가 낮은 자산에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한다. 그럼으로써 현재 해당 은행이 감수하고 있는 '현실적인 리스크'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게 보여주는 것이다. 분모에는 '위험가중자산'이, 분자에는 '순이익'이 들어간다. RORWA 수치가 높을수록 리스크 대비 수익성이 높고 자본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경쟁 심화로 이미 '레드오션'으로 평가 받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ROA 제고에는 유효하지만 RORWA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많이 보유해 봐야 마진이 작아 은행 입장에선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사업자(소호) 대출은 위험도가 낮고 수익성은 높은 대표적인 상품으로 분류돼 최근 은행들의 주 영업 대상으로 급부상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해외 유수 은행들은 RORWA를 이용해 리스크를 산정하고 있다"면서 "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 은행들도 변화된 글로벌 스탠다드에 발을 맞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존재한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 역시 RORWA에 대해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평가방식"이라면서 "은행경영공시 항목에 RORWA가 포함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곧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RORWA가 각광 받게 된 직접적인 계기로는 바젤Ⅲ 규제 도입이 손꼽힌다. 바젤Ⅲ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2013년부터 국내에도 도입되기 시작한 국제결제은행(BIS)의 새 기준이다. RORWA는 바젤Ⅱ에 비해 대폭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 바젤Ⅲ에서 중시되는 지표 중 하나다.
현재 신한‧국민‧KEB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은행들의 RORWA는 평균 1% 안팎으로 산정되고 있다. 해외 은행들이 1.5%~2.0%의 RORWA를 달성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아직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각 은행들은 RORWA 지표를 높이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이미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올해 하반기부터 성과지표(KPI)에 RORWA를 일부 반영하기 시작했다.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까지 대다수 은행들이 호실적을 냈지만, 이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진화된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리스크관리 부문 시중은행 한 부행장은 최근 은행권에서 RORWA 제고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 대해 "바젤Ⅲ 도입을 계기로 금융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발전하는 한 과정"이라고 평가하면서 "이 지표(RORWA)가 보편화되면 은행들의 영업 방식, 마케팅 전략, 성과 평가 등 모든 부문에서 전반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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