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건당 수수료 5원' 요구에 은행들 '난색'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시중은행과 통신사들이 때 아닌 'ARS 비용 논쟁'에 휘말렸다. 은행 고객들이 전화를 통해 본인인증을 할 경우 발생하는 ARS 전화인증 건당 5원의 수수료를 부담하라는 통신사 측 요구에 은행들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벌써 5개월째 입장 차이가 지속되고 있지만 양측의 주장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중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음성자동응답시스템(ARS) 전화 인증을 둘러싸고 시중 은행들과 통신사들이 대립 중이다. 논란의 중심은 통신사들이 시중 은행에 'ARS 전화 인증에 대해 건당 5원의 수수료를 달라'고 요구하는 데서 비롯됐다. 은행들은 '절대 불가' 방침을 관철하고 있다.

   
▲ 시중은행과 통신사들이 때 아닌 'ARS 비용 논쟁'에 휘말렸다. 은행 고객들이 전화를 통해 본인인증을 할 경우 발생하는 ARS 전화인증 건당 5원의 수수료를 부담하라는 통신사 측 요구에 은행들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미디어펜


ARS 본인 인증은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 2013년 도입된 제도다. 은행 고객들이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계좌 이체를 할 때 문자메시지나 ARS 인증으로 본인 확인을 철저히 하도록 의무화하는 과정에서 도입됐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권고에 따라 실시된 제도인 만큼 은행들과 통신사들은 이 제도에 적극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통신사들은 ARS 인증과정에서 별도 수수료를 받지 않고 통화료만 받는 데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현 시점 통신사들은 "ARS 인증 건당 5원의 수수료를 받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상태다. 지난 5월 처음으로 이 요청이 나온 이후 은행들이 난색을 표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통신사들이 갑자기 건당 5원의 수수료를 요구하기 시작한 데에는 '착신전환'이라는 변수가 숨어 있다. 착신전환은 등록된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않을 경우 사전에 등록된 다른 번호로 자동 연결해주는 기능이다. 

지금까지 통신사들은 ARS 인증과정에서 착신전환이 되는 경우에는 인증을 해주지 않았다. 보이스피싱의 우려가 높다는 판단 하에서다. 실제로 작년과 올해 초 착신전환 기능을 보이스피싱에 악용하는 '전환금융사기' 사례가 여러 건 접수돼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에 통신사들은 최근 착신전환을 해둔 실제 고객들도 ARS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는 주장과 함께 '수수료 5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용자 편의성을 높인 만큼 합당한 대가를 받는 게 맞다는 논리다.

그런데 실제 착신전환이 요청된 전화만이 아니라 모든 ARS 건수에 대해 각 5원의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어 은행들이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신사 측의 논리는 '모든 전화에 대해 착신전환 여부를 하나하나 점검해야 하기 때문에 건당 5원을 받는 게 맞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전체 ARS 인증 중에서 착신전환이 걸려 있는 경우는 1%도 되지 않는다"면서 "1% 때문에 전체에 대한 수수료가 부과되는 것도 비논리적인 데다 통신사들은 올해 5월 시점부터의 수수료를 소급 요청하고 있어 더더욱 대화가 안 되고 있다"고 상황을 정리했다. 

양측 입장이 워낙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어 금융당국이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방지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시행된 제도인 만큼 금융당국이 양측의 주장을 모두 반영하는 중재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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