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지난주 4대 대형은행이 나란히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비중은 더욱 올라가 질적인 측면에서는 수익구조가 오히려 후퇴했다는 분석이 나온 까닭이다. 이에 금융권은 뉴스테이, 항공기금융 등 수익 다각화에 절치부심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지난주 나란히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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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4대 대형은행이 나란히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웃을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비중은 더욱 올라가 질적인 측면에서는 수익구조가 오히려 후퇴했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
각 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신한은행이 4850억원, KEB하나은행이 4540억원, 국민은행이 4218억원, 우리은행이 320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3분기까지의 누적 순이익은 이미 작년 한 해동안 올린 연간 순이익을 초과했다. KEB하나를 제외한 3개 은행의 경우 3분기까지의 누적 순익이 1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고민이다. 은행들의 수익구조는 오히려 질적 후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통적 수입원인 예대마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1300조원을 초과한 가계부채가 말해주듯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율도 4% 정도의 증가세를 이어갔다(2분기 기준). 이로 인해 신한은행의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 우리은행의 경우 6.5%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한‧국민‧KEB하나은행이 속해 있는 금융지주 내에서 은행이 올리는 수익 비중도 더욱 올라갔다. 신한지주의 3분기 당기순이익 중 은행의 비중은 65%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p 늘어난 것이다. KB금융의 경우 72%를 기록해 작년 대비 5%p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각 금융지주의 은행이익 편중성이 더욱 심해졌다는 의미다.
가계부채 문제가 당국이 주시하는 제1의 사안이 된 지금, 은행들의 현재 수익구조는 '사상누각'일 가능성이 높다. 대출의존 비율이 너무 높기 때문에 가계대출 제한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이자이익이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의 수익구조라면 어닝 서프라이즈가 '어닝 쇼크'로 돌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들은 이미 이러한 문제를 의식한 듯 유동성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후원금 모금에 은행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최근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금융권에 할당한 총 500억원 규모의 스폰서 비용이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는 것.
원론적인 이유는 평창올림픽의 홍보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속내를 알고 보면 그만큼 은행들이 현금 확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금융사들은 현금 확보를 위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금융의 뉴스테이 사업이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으로 문을 닫게 된 지점들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재건축하고 도심형 뉴스테이를 공급키로 했다. 이로써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늘어난 부동산 비율을 조정하겠다는 심산이다. 하나금융은 현재 구 외환은행 본점 건물까지 내놓은 상태다.
뿐만 아니라 항공기금융에도 은행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4월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항공기 임대시장 세계 1위 업체인 에어캡(AerCap)과 국내에서 1억달러의 대규모로 진행한 항공기금융을 단독 주선하는 데 성공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형적인 호실적에 안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금융권 전체에 존재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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