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KEB하나 공격적 특허신청…업계 분위기 변화 주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은행 서비스의 특성상 차별화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결국 나중에 가서 똑같아지는 거라면 미리 특허를 확보해두는 게 시장을 선점하는 지름길이죠."

은행권 내부에서 '특허 경쟁'이 활발해지고 있다. 핀테크 열풍으로 신기술이 도입되는 가운데 자사만의 차별화를 달성하기 위한 은행들의 노력이다. 특히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선전이 돋보인다. 은행권의 특허 경쟁은 서로가 서로를 모방하는 게 당연시되던 은행권의 분위기마저 바꾸고 있다.

   
▲ 하나금융은 통합멤버십 서비스 '하나멤버스' 서비스 일부에 대한 특허를 신청해 업계 분위기 변화를 주도했다. /하나금융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 사이에서 특허권 경쟁이 접전 양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가 금융권의 새 화두가 되면서 IT기술 확보가 중요해진 까닭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자동차가 점점 전자제품이 돼가고 있다면 은행업은 점점 IT산업이 돼가고 있다"고 상황을 요약했다.

당초 한국 금융회사들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핀테크 특허 출원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경우 핀테크 관련 특허만 800건 가까이 출원했을 정도로 특허권 신청에 적극적이다. 반면 한국의 은행들은 특허를 보유한 연구기관과 협업하거나 관련조직에 가입하는 식의 '우회로'를 택해 왔다.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은행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특허를 신청하기 시작한 것. 특히 스마트금융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행보가 단연 돋보인다. 우리은행은 작년 말부터 올해 9월까지만 47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미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단연 앞선 성과다.

우리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메신저 서비스 '위비톡'을 출시하는 등 통념을 깨는 핀테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광구 행장 취임 이후 수석부행장 시스템이 없어지고 그룹장 체제가 도입되면서 스마트금융 부문의 위상도 한층 격상됐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기존에 없는 서비스를 출시하다 보니 분쟁 촉발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적극적인 특허 출원의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은행과 또 다른 각도에서 특허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곳은 KEB하나은행이다. 모회사인 하나금융은 지난 여름 통합멤버십 서비스 '하나멤버스'에 대해 비즈니스모델(BM) 특허를 신청해 업계의 시선을 주목시켰다. 

하나멤버스는 계열사 포인트(하나머니)를 통합해서 사용할 수 있고 OK캐쉬백 포인트와 교환할 수도 있다. 나아가 적립 포인트를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으로 출금하거나 예‧적금 가입 등 금융 거래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이 중에서 특허권 신청이 된 부분은 ATM을 통해 포인트를 현금 출금하는 기술과 하나머니를 신용카드 결제에 활용하는 서비스다. 특허가 출원될 경우 타 은행들은 해당 서비스를 모방할 수 없기 때문에 업계로서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문제다. 

하나금융의 특허 신청은 다른 금융사들이 특허권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 서비스는 서로가 서로를 베끼는 구조에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분위기였다"면서 "특허 문화가 정착될 경우 은행별로 개성과 차이가 뚜렷해지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은행도 작년부터 올해까지 20건이 넘는 특허를 꾸준히 출원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아직까지는 별도 특허 출원보다는 핀테크 등 스타트업 기업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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