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개인사업자 A씨는 최근 영업 악화로 개인회생을 신청하기로 결정하고 지인으로부터 브로커 B를 소개 받았다. B씨는 "채무가 많아야 회생이 용이하고 회생 확정 후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하면서 회생 신청 후 추가 대출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A씨는 B의 조언에 따라 대부업체 C사로부터 추가 대출을 받았으나 개인회생절차가 취소돼 더 큰 빚을 지고 말았다.

현행 개인회생정보 공유시점을 악용한 금융피해사례가 이어짐에 따라 당국이 공유시점을 앞당기기로 했다.

   
▲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기존 '회생 확정시(변제계획인가 결정시)' 였던 개인회생정보의 공유시점을 오는 4월부터 '회생신청 직후 시점(금지명령 등 재산 동결명령시)'으로 선행 조정한다고 31일 밝혔다.

최근 개인회생 신청자 수와 회생신청자가 보유한 신용 대출금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금감원에 따르면 회생신청자 수는 2011년 6만5000명에서 2015년 10만명으로 불었다. 회생확정시 평균 신용대출액(28개 금융사, KCB)은 2011년 2500만원에서 2014년 3100만원으로 늘었다.

현재 개인회생정보는 회생신청 이후 최장 1년 이상 경과된 시점(변제계획 인가시)에 신용정보원에 등록돼 공유된다. 회생신청인의 채권 금융회사가 아닌 경우에는 회생결정의 최종 확정 전에는 회생신청 사실을 상당기간 알 수 없다. 

회생정보가 금융권에 늦게 공유된다는 점을 이용해 회생신청 이후 신규대출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악덕 브로커의 권유에 따라 신규 대출을 받은 이후 회생결정시까지 고의로 이를 갚지 않고 회생결정 확정에 따라 채무조정을 받거나 회생절차가 취소돼 더 큰 빚을 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개인회생정보의 공유시점을 선행 조정해 회생신청 후 불합리한 대출을 방지하고 개인회생제도의 적정한 운영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회생정보의 공유시점을 선행하더라도 회생결정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는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배려했다.

당국 계획에 따르면 이제부터 개인회생정보의 금융권 공유시점은 개인회생신청 직후인 채무자 재산에 대한 동결명령시점으로 당겨진다. 통상 신청 후 1주일 이내다. 

금융위는 내달 중 유권해석을 통해 회생절차 중 재산동결명령이 신용정보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 정보의 등록‧공유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후 내달 7일경 신용정보원의 '일반신용정보 관리규약'을 개정하고 전산시스템을 구축한 뒤 오는 4월부터 바뀐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4월 이후부터 신청자의 채권 금융회사는 법원으로부터 금지명령 등 '재산동결명령'을 받은 즉시 신용정보원에 이 사실을 등록해 금융권에 공유하게 된다. 단, 회생결정이 최종 확정 전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CB사 신용등급에는 반영하지 않고 회생절차 진행 중 불합리한 대출 방지 목적으로만 한정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임채율 금융감독원 IT‧금융정보보호단 실장은 "개인회생제도의 남용을 예방하고 과도한 채무로 고통 받는 선의의 채무자들의 재기 지원을 위한 회생제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 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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