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6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대법정에서 열린 최순실(61)씨와 고영태(41) 전 더블루케이 이사의 법정 첫 대면은 최씨의 작심한 질문 세례에 고씨가 ‘묻지마 진술’로 일관하는 거듭된 부인으로 끝났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재개정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의 8차 공판에서 오후 10시 10분쯤 최씨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법정에서 피의자와 증인 신분으로 처음 만난 고씨에게 대질신문을 하면서 여러 질문을 쏟아냈으나,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었다.

고씨는 일부를 부인했고 일부 질문에는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씨는 고씨의 신용불량 및 마약 전과 여부 등 사생활에 대한 질문으로 포문을 열었다.

최씨는 앞서 변호인 질문에 고씨가 답했던 사생활과 관련 “이경재 변호인 사무장을 연결해서 제가 고씨 신용불량을 해결한 것은 알고 있죠”라며 “고씨가 국민은행 계좌 등 카드를 못 쓰고 통장거래도 안 되어서 그걸 내가 풀어줬잖느냐”라고 고씨의 신용불량에 대해 물었으나, 고씨는 신용불량에 걸려본 적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

이어 최씨는 고씨의 포스코 방문 당시 고민우 개명 건을 언급하면서 마약 등 전과 사실이 나와서 못 했었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 또한 고씨는 사실이 아니라며 완강히 부인했다.

본격적인 질문에 나선 고씨는 “내가 제일 억울한 게 모든 걸 제가 해서 사익을 취하려 했다는 식으로 보도됐다”며 “가이드러너(시각장애인 지원 프로그램)나 누슬리, 펜싱 장애팀 사업은 고씨 전라남도 선배인 그 사람이 이끄는 감독이 해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고씨 본인이 나서고 했었다가 문제가 생기니까 더블루케이와 안하고 직접 하는 걸로 해결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씨는 이어 “그럼 모든 사람이 공범”이라며 “이게 진행되는 과정이지 어떤 결론이 나와서 (내가) 사익을 추구하고 돈을 받은 건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고씨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어떤 프로젝트도 우리가 먼저 제시한 건 없었다”고 답했다.

   
▲ 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대법정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처음으로 최순실과 고영태가 대면했다./사진=연합뉴스


또한 최씨는 류씨를 비롯한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 박헌영 과장 등 자신에게 등을 돌린 인물들이 모두 고씨 추천으로 들어왔다고 밝히면서 “고씨와 선후배 관계가 엮여서 언제든 그 사람들을 부르면 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어 최씨는 “류상영을 한달만 쓰자고 사정한 것은 고영태씨”라고도 밝혔다. 고씨가 자기 선후배 등 추천인사 측근들을 심어 K스포츠재단을 장악하려 했다는 취지다.

이에 고씨는 “노씨는 전부터 최씨와 일했던 사람이고 박헌영은 이력서 보고 제대로 검증해서 들어간 친구”라며 “재단을 장악하려면 사무총장이나 이사장을 꽂는 게 맞지 말단을 넣어서 장악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이러한 고씨 항변에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즉각 “그렇다면 직원들 채용과 관련해 박헌영이 들어간 것은 제대로 검증된 것이다? 그렇다면 증인(고영태)이 그런 얘길 했으니까 이사장이나 사무부총장 등도 모두 마찬가지겠네요”라고 물었다.

고씨는 이에 “네, 다들 검증을 거쳐서 (제대로) 들어갔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K스포츠재단 등에 대한 인사가 공정하고 제대로 된 검증을 거쳤다는 고영태의 증언 취지다.

최씨와 법정에서 만난 고씨는 8시간 넘는 재판 끝에 귀가했다. 그는 재판정에서 자신과 최씨를 둘러싼 불륜설에 대해 ‘역겹다’고 말하는 등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재판을 마치면서 ‘K스포츠 재단 사무총장을 문제를 만들어 쫓아내고 고영태 본인이 부사무총장으로 들어가서 재단을 장악하겠다’는 고씨 본인과 김수현씨와의 통화 내용을 재차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필요하다면 검찰의 해당 녹취파일을 압수해 법원에서 틀어봐야 한다고도 밝혔다. 이에 재판부와 검찰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최씨의 다음 재판은 7일 오전 열린다. 조성민 전 더블루K 대표와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