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오는 10일은 대한민국 유일의 '경제적 자유주의' 싱크탱크로 꼽히는 자유경제원의 설립 20주년 기념일이다. 최근 재정난으로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이 사임하는 등 위기를 겪고 있지만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보루로서 자유경제원이 우리 사회에 냈던 목소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관련 석학들은 '자유시장경제' 개념을 우리 사회에 소개하고 도입했던 것을 자유경제원의 가장 큰 의미로 꼽았다. 경제적 자유주의와 자유기업주의를 주창했던 자유경제원이 때로는 논쟁의 중심에 서서, 국민과 정치권에게 신선한 시각과 통찰력을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우리 사회가 처한 난제들은 여전하다. 포퓰리즘 입법독재, 정치의 실패, 규제 범람 및 재정적자, 저성장 등이다. 석학들은 이에 대한 해법을 자유주의 시각에서 보다 정교하게 제시하는 것과 경제적 자유주의의 대중화를 자유경제원의 남겨진 과제로 꼽았다.
자유경제원은 최종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의 제안으로 1997년 4월10일 설립됐다. 당시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과 공병호 박사의 주도로 한국경제연구원 내 자유기업센터로 출범한 자유경제원은 2000년 전경련에서 분리, 독립되면서 자유기업원으로 명칭을 변경했고 이후 2012년 지금의 명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1997년 당시의 설립 취지는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고 이에 대한 교육홍보계몽 사업을 종합적으로 전개하기 위함이었다.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설립된 이후, 자유경제원은 자유시장경제의 창달을 위한 경제교육사업과 정책홍보사업, 기업의 자유 등 기업이미지 개선사업을 지난 20년간 순차적으로 전개해나갔다.
본보는 자유경제원의 족적과 의미, 향후 남은 과제에 대해 관련 석학 4인에게 물었다.
1997년 자유기업센터가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출범할 당시 한국경제연구원장이었던 좌승희(69)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최근 자유경제원의 상황은 정부규제, 국회입법, 외부적 환경 등 기업활동의 자유가 더욱 나빠졌다는 점에 대한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좌 이사장은 “이러한 단체를 일으키기란 참 어렵다”며 “자유시장경제의 전선이 무너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좌 이사장은 “다른 기업연구소들이 아직 있지만 축소되어왔고 내부 활동에만 들어가서 어디서든 유사한 캠페인을 할 수 있는 조직이 없다”며 “자유경제원의 그간의 활동을 대체할 곳도 마땅치 않다”고 우려했다. 좌 이사장은 향후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의 과제에 대해 “학계든 문화계든 언론계든 시민사회단체든 각자의 역할에 매진하면서 분투해야 한다”며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역할을 나눠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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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경제원은 1997년 4월10일 설립되어 지난 20년간 대한민국 굴지의 경제적 자유주의 싱크탱크로 자리잡았다./사진=미디어펜 |
2004년 3월부터 8년간 제3대 자유기업원 원장을 역임했던 김정호(61)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지금의 상황을 오히려 기회라고 보았다. 김 교수는 “앞으로 힘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전경련이나 대기업 등 남 핑계를 대지 말고 순수하게 자신들의 힘으로 돈을 버는 등 자기희생을 갖추고 뿌리를 키우는 활동에 매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김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향후 2년 뒤에는 레임덕이 온다”며 “정권에 대한 비판을 잘하는 측이 정국의 주도권을 갖게 되는 것을 감안해, 탄압을 받아야 정의의 사도가 된다는 각오로 경제적 자유주의 활동에 매진하자”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년간 자유경제원의 의의에 대해 “시장경제를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고 경제는 국가가 통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절, 하이에크와 미제스 등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알렸고 경제적 자유주의를 지식인층과 언론에 노출시켰다”고 평했다. 김 교수는 “이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던 일”이라며 “우리나라에서 매우 불온한 말이었던 경제적 자유에 대한 논쟁이 시작됐고, 자유주의자들의 허브역할과 아젠다를 제시하는 기관으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자유주의자로 서울대 박우희 교수나 복거일 소설가,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 김진현 문화일보 전 사장 등이 있었지만 이들은 논쟁의 중심에 서진 않았다. 그러나 자유경제원은 자유주의를 논쟁으로 만들었다”며 “자유시장경제라는 개념을 한국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자유경제원은 성공했다”고 밝혔다.
2014년 4월 자유경제원 원장으로 취임해 지난 3년간 자유경제원을 이끌다가 최근 사임한 현진권(57) 자유경제원 전 원장은 이와 관련해 “민간섹터에서 자발적으로 ‘경제적 자유’를 알리기 시작한 곳”이라고 언급했다. 현 원장은 “자유 중에서도 특히 경제적 자유를 가르쳤던 곳은 부재했던 우리나라에서 경제적 자유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했던 유일한 기관”이라고도 밝혔다.
현 원장은 자유경제원에 대해 “대학시장경제강좌 및 유튜브 영상 제작배포를 통해 자유주의 토양을 만들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토론하고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등 앞으로도 여러 가지 형태로 계속 우리 사회에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기대했다.
또한 현 원장은 남은 과제로 “자유주의의 뿌리를 어떻게 심을 것인가라는 경제적 자유주의의 대중화”라며 “만화나 연극 등 여러 가지 문화매체를 통하여 자유주의를 전파하는 것이 큰 숙제”라고 언급했다.
자유기업센터 설립 멤버로서 지난 20년간 자유경제원과 함께 했던 최승노(53) 자유경제원 부원장(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학회장)은 “자유기업센터(자유경제원 전신)는 우리 사회에 자유주의를 제대로 논의할 수 있는 지식공간을 제공했고 사회 각 분야에 시장경제원리를 접목하고 그 해법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 부원장은 “자유경제원이 경제적 자유 중에서도 ‘자유기업주의’를 표방하고 우리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역할을 했다”며 “자유주의 시리즈를 중심으로 해서 자유와 개혁 시리즈, 新회사법 시리즈 등이 나오면서 깊이 있는 논의가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최 부원장은 자유경제원의 향후 과제로 “자유기업주의를 기반으로 하여 정교한 논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처한 난제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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