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고(故) 백남기 씨의 사망 원인이 병사(病死)에서 외인사(外因死)로 수정되면서 서울대병원에 이어 경찰도 16일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경찰의 시위진압 계통에 대한 문책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그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일단 서울대병원으로부터 수정된 사망진단서를 받아 내용을 확인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검찰이 경찰의 물대포 직사살수와 백씨 사망 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판단 여부다.

검찰이 이에 대해 인정할 경우, 그와 관련된 경찰 전원에 대한 재수사가 시작되고 수사결과에 따라 일부는 불구속 기소되며 장기적으로는 시위진압메뉴얼의 변경과 공권력 위축이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 수사결과는 법원에서 진행 중인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백씨 유족은 작년 3월 경찰을 피고로 2억4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올해 1월에는 사인을 '병사'로 기재한 서울대병원과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를 상대로 9000만원 손배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백씨는 2015년 11월14일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집회 도중 경찰이 쏜 물대포에 쓰러져 317일의 투병 끝에 지난 2016년 9월 서울대병원에서 사망했다.

당시 주치의였던 백선하 교수는 백씨 사인을 병사로 기록해 유족과 시민단체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백 교수는 두달 뒤인 작년 11월 신경외과 과장직에서 보직 해임됐다.

병원은 이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망진단서 작성 및 발급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 조사했으나, 사망진단서 작성은 '주치의 고유 권한'이라는 이유로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외압 또한 없었다고 밝혔다. 

그랬던 병원측은 백씨 사망 9개월이 지나 사인을 전격수정했다.

   
▲ 서울대병원은 15일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한 배경에 대해 "그 어떤 외부 압력도 없었다"고 강조했다./사진=연합뉴스

사인에 대해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15일 "진단서 수정 절차에 돌입한 건 올해 1월부터고 '코드 맞추기'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진단서를 작성함에 있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침과 규범과 다르게 즉 틀리게 작성되어 이에 대해 수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병원은 이번 결정으로 백씨 사인을 외인사로 바꾸고 사망의 종류를 결정하는 선행 사망 원인을 기존 '경막하 출혈'에서 외부충격을 의미하는 '외상성 경막하 출혈'로 바꿨다.

외인사라면 다른 행위 때문에 사망에 이른 것으로 이는 수사대상이다. 사건과 관련된 경찰 측 인물들에 대해 보강수사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검찰은 그간 백씨 사망과 관련해 유족이 경찰 지휘부를 고발한 사건을 1년7개월이 넘도록 손에 쥐고 있었다.

백씨 가족 등은 당시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들을 살인미수(예비적 죄명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발했고, 이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김후균 부장검사)가 수사를 맡아 진행했다.

사건 당시 경찰을 이끌었던 강 전 청장은 과잉진압 여부를 따지기 위한 국회청문회에 출석해 "인간적으로는 사과하지만 사실관계와 법률관계가 불명확하다"면서 법적책임이 따르는 차원의 사과를 거부한 바 있다.

   
▲ 작년 10월24일 백남기씨 부검 영장 집행을 위한 경찰과 부검을 반대하는 백남기투쟁본부 관계자들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대치했다./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작년 10월 시위진압을 지휘한 당시 구은수 서울경찰청장(현 경찰공제회 이사장)과 장향진 서울경찰청 차장(현 경찰청 경비국장) 등 여러 피고발인과 참고인들을 불러 조사했다.

또한 검찰은 경찰의 살수차 운용 지침을 비롯해 사건 당일 단계별 운용과 물대포 강도 설정, 경찰 내부의 상황보고서에 대해 들여다보았다.

백씨 유족은 현장에서 살수차를 운용했던 경찰관들이 직사의 위험성을 알고도 백씨를 조준해 물대포를 쐈고, 당시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이를 지시했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법조계에선 사실상 법리적인 판단만을 남겨놨던 검찰에게 서울대병원의 사인 수정과 경찰의 공식적인 사과는 대대적인 보강수사에 임하는 계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도 검찰은 지난 2월말 백씨 사망과 관련해 강 전 청장을 서면조사한 것으로 확인됐고, 검찰은 조만간 강 전 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권 조정 문제로 경찰과 대립하고 있는 검찰이 이번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관련자 일부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수사를 받고 일부 경찰 인사는 불구속 기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검찰의 이번 수사가 불법폭력 시위에 대처하는 경찰의 공권력 행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위에서 명령이 떨어지더라도 현장 일선의 경찰들이 시위 진압에 적극 나서지 않으리라는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백남기씨 사망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16일 이철성 현 경찰청장의 공식사과로 향후 검찰은 경찰이 백씨 사망에 책임이 있는지 가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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