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슛~ 고올~ 인! 경기 끝났습니다! A시설의 우승입니다!"

환호하며 헹가래하는 팀 동료들과 관중석에 있다가 그라운드로 뛰쳐나간 수십 명의 시설 사람들은 뒤엉켜 하나가 되었다.

대회 참여 최초로 결승전까지 올라가 연장전과 승부차기까지 분투했던 B시설 사람들은 함께 다독이며 아쉬움을 달랬다.

지난 16일 오후2시30분, 경기 스코어 2대2로 비긴 가운데 이어진 승부차기에 9번째 키커로 나선 선수의 발 끝에서 2017년 서울시 건강자활 체육대회의 메인 이벤트인 축구 결승전이 막을 내렸다.

서울시 건강자활 체육대회는 시에 거주하는 수천명 노숙인들의 단합과 건강 증진을 위한 자리다.

시작은 1999년이었다. 당시 첫 노숙인 시설 간 축구대회가 열린 후 10년간 비공식적으로 열렸던 체육대회는 2009년 '서울시 주최 건강자활 체육대회'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연례행사로 자리잡았다.

올해 서울시는 16일 오전9시부터 오후5시까지 양천구 목동주경기장에서 '2017 노숙인 건강자활 체육대회'를 개최했다. 관내 48개 노숙인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숙인 1300여명과 시설 종사자들 수백명이 한데 어우러졌다.

   
▲ 광야홈리스센터 축구팀 대표선수인 정순만씨가 16일 건강자활 체육대회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골키퍼로 분하고 있다./사진=서울시 제공

이날 체육대회는 축구와 줄다리기, 단체줄넘기, 달리기, 족구, 피구, 협동제기차기, OX 퀴즈, 시설장 컨테스트 등 총 10여개 종목 종합운동회 형태로 열렸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OX 퀴즈에서는 푸짐한 상품을 준비해 이를 획득한 참석자들 모두에게서 함박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서울시 자활지원과 나종택 주무관은 "체육대회에 참여하는 노숙인은 매년 1~200명씩 늘어 작년엔 1461명, 올해엔 1800명 가까이 함께 땀 흘리는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윤순용 자활지원과장은 "서울시는 체육행사 외에도 주거지원, 일자리 등 노숙인들의 지역사회 복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노숙인 건강자활 체육대회는 누구에게나 있던 중고교 학창시절의 운동회와 마찬가지다. 노숙인들은 체육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활동적으로 바뀌고 협동심 등 시설 내 단합을 꾀하게 된다.

광야홈리스센터 축구팀 대표선수인 정순만씨는 이에 대해 "대회 시합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하지만 시설 노숙인들은 평소 일주일에 한번씩 자활프로그램으로 쉼터 분들끼리 축구를 하면서 협동심과 체력을 기른다"며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고 나서 누워있는 시간도 없앴고 활동적인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 서울시는 16일 오전9시부터 오후5시까지 양천구 목동주경기장에서 '2017 노숙인 건강자활 체육대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OX 퀴즈를 진행하기 직전 참석자들./사진=서울시 제공

그는 "축구는 일종의 몸싸움인데 승부욕이 발동하게 되고 팀 11명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아무리 잘해도 이길 수 없다"며 "하나가 안되면 이기는 것도 뛰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노숙인 출신 시설직원으로서 대회에 참여한 이희남씨는 이와 관련해 "5년째 체육대회에 참석하고 있지만 다들 더 밝아지고 많이 참석해 보기 좋다"며 "시설장님들도 적극 지원을 해주시고 지속적으로 행사가 이루어지니 모두 즐거워들 한다. 서먹서먹했던 관계들도 운동을 하면서 풀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예전에 노숙인 생활을 했던 당시 정신적인 문제에서 해결 못한 사람들이 많이 계셔서 안타까웠으나 서울시 등 여러 기관에서 모두 같이 모일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부분이 참 좋다"고 언급했다.

서울시 48개 시설직원들과 정신이 불편한 노숙인들도 함께 참여하는 건강자활 체육대회, 상대편과 시합 중에 싸울 수도 있을 정도로 동료와 자신을 위해 땀 흘리는 한 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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