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뇌물공여 등 5개 혐의가 일부 유죄로 인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을 두고 기존 논리를 굳히려는 특검과 이에 맞선 변호인단의 배수진 공방이 불가피해졌다.

관건은 1심 선고에서 일부 무죄 판단을 받는 등 특검 논리가 허물어진 부분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 측이 어떤 항소심 전략을 쓰느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묶어서 경제적 공동체를 내세운 특검 논리에 대해 "법에 없는 민간인 뇌물죄 적용"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공무원이 아닌 최씨가 이 부회장 측으로부터 금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제3자 뇌물죄'로 기소되어야 하는데 특검이 첫 단추부터 잘못 꿰멨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1심 재판부가 삼성의 정유라승마 및 영재센터 지원에 대해 민간인이 공무원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을 경우인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는 박 전 대통령과 공무원이 아닌 최씨를 공동정범으로 묶어서 그 이익을 공유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뇌물죄의 경우 공무원이 아닌 쪽이 돈을 받으면 그 죄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았다.

묵시적 청탁과 재산국외도피죄 성립에 관한 논란도 마찬가지다.

법조계는 "이 부회장의 명시적 청탁이 없었는데 박 전 대통령이 삼성 승계작업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다"며 묵시적이고 부정한 청탁을 인정한 1심 선고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국내 비거주자인 독일법인 코어스포츠 계좌에 삼성이 외화를 송금한 것은 재산국외도피죄에 해당된다"는 1심 판단에 대해서도, 법조계는 국내 거주자인 최씨가 뇌물로 받았다는데 국내 비거주자에 해당되는 재산국외도피죄까지 인정한 것은 모순이라고 보았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인단은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하고 28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특검 또한 항소장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1심에서 무죄로 판단받은 부분이 상당해 변호인단이 항소심에서 추가로 다툴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지만, 법정형 하한 선고에 따라 아직 감형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변호인단이 일부 혐의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집행유예 전략을 쓸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쪽으로 핵심쟁점인 제3자 뇌물죄와 묵시적 청탁 등에 관해 다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정상참작 여지가 있는 횡령 등 혐의에 대해 감경 요소로 삼겠다는 투트랙 전략이다.

한편 향후 항소심 재판에서의 이 부회장 변호인단 구성에 대해 삼성에서는 대대적인 변화가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심에서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송우철 변호사를 비롯해 법무법인 태평양을 중심으로 변호가 이뤄진 가운데 항소심에서는 변화가 있더라도 보강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항소심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변호인단 구성의 큰 변화는 오랜 기간 소송을 준비한 논리와 연속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가 삼성 내부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28일 1심선고에 불복하여 항소했고 특검은 이번 주 내로 할 전망이다.

항소심 심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 부회장은 2심 최대 구속 기간(6개월)을 감안해 내년 2월27일까지 구치소에 수감된 채 재판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총력전이 불가피한 항소심 재판에서 특검 및 이 부회장 양 측의 법리 전략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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