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대북 원유 공급을 차단하지 못하고 기존 수준 그대로 동결하는데 그쳐 '반쪽 제재'로 평가받는 유엔 안보리 제재의 빈틈을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파고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밀무역 등 비공식 거래가 정착한 북한의 대외교역 특성을 감안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기존 안보리 제재를 철저히 이행할지라도 이에 대한 우회수단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제재를 피하기 위한 물물교환이나 밀수, 선박 국적위조 및 위장회사 설립, 북한에 거주하는 중국 러시아 국적인의 차명계좌 개설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하고 북한이 외교특권을 악용할 수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국제송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수출거래에서 필요한 사치품이나 무기 등과 바꾸는 물물교환을 선호해왔고, 국제기구 감시를 피하기 위해 선박등록 서류를 위조한다고도 전해진다.
북한은 해외 위장회사를 설립한 뒤 해외에 체류하는 북한 외교관 명의로 은행계좌를 개설해 송금하는 방식으로 자금 추적을 피하고 있으며, 중러 등 외국 밀수업자들이 북한 해상으로 진입할 때 선박송수신기 전원을 내린 후 북한산 물품을 적재해 다른 나라 항구로 들어가 제3국 물품으로 처리하는 '밀수'도 통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지난 4월 내렸던 계좌동결 조치는 북한이 제 6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난달 3일 후 대부분 실제로 이뤄졌고, 북한이 안보리 제재를 회피하고자 중국과의 거래에 북한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자들의 차명계좌를 이용하거나 위안화 등 현금을 선호한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또한 지난달 외신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용도의 액체연료 '다이메틸 하이드라진'(UDMH)에 대한 자체 생산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제기하면서, 북한이 그간 중국으로부터 원유를 얼마나 받아왔고 비축했나 불투명한 점도 안보리 제재의 맹점으로 꼽히고 있다.
관건은 북한에 대한 안보리 제재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만큼 충분치 않았을 뿐더러 실행도 잘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 작년 북한의 석탄수입을 중단하기로 했으나 실행을 질질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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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각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우회수단에 대한 철저한 감시 없이 안보리 제재의 형식적인 이행에만 그칠 경우 새 대북제재안 역시 예전처럼 선언적 의미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유엔 안보리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해 원유(400만)와 정유제품(200만) 수출을 합쳐 북한으로의 연간 유류 공급량을 총 600만 배럴로 동결했다.
안보리 제재는 이와 함께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과 해외노동자 고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 석유비축량이 1년치에 달하고 비축유를 통해 유류 수입량의 40%를 대체할 수 있을 뿐더러 석탄액화연료로 원유를 대체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유류의 부분적인 차단 조치는 큰 영향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 안보리 제재 이행에 들어간 중국은 북한 노동자 고용에 대한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가, 북중 접경지역 무역상의 활동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지난 5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에만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등 동북 3성에서 2000명이 넘는 북한 노동자들이 귀국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최근 북한에 대한 석유제품 수출 현황을 체크할 수 있는 인터넷 웹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본격적인 감시에 돌입했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우회수단에 대한 철저한 감시 없이 안보리 제재의 형식적인 이행에만 그칠 경우 새 대북제재안 역시 예전처럼 선언적 의미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기념일 전후로 도발을 감행한 전력을 고려하면, 현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오는 8일은 김정일이 노동당 총비서에 추대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고 9일은 북한의 제1차 핵실험 11주년이다. 10일은 북한 노동당 창건일이기도 하다. 이달 중순에는 미 해군 항공모함전단과 우리 해군의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어가는 가운데 중러의 협력 하에 작동하기 시작한 안보리 제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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