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국내 원자력산업이 어려운 가운데 이루어진 우선 협상대상자 선정이라 반가움이 앞서지만 우려도 있다. 협상의 관건은 전기판매단가를 얼마로 정하는가에 달려있다. 가격 협상에 난관이 예상되고 어려움이 많지만 잘 해내리라 생각한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나."

탈원전 추진 등 원전수출에 대한 정부의 홀대에도 중국을 제치고 8년만의 수출 쾌거를 올린 한국전력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자력발전소 사업권 소식에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선례를 잘 참조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덕 수석연구위원은 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원전 수주가 실제로 성과를 내려면 사업성이 관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전기판매단가를 잘 받는다 해도 인허가 과정과 건설 과정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영국이 불문법의 나라인 것을 감안해 아레바의 핀란드 원전 건설 전례를 잘 참조해서 한국 인허가와의 차이점을 명확히 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박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수주에서 영국 제품과 영국 인력을 일정부분 사용해야한다는 조건도 있어 건설공기를 맞추는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며 "두산 계열사가 이미 현지에 진출해 있는 강점과 컨소시움 구성 후 건설비 조달이라는 어려움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주 공사비용은 150억 파운드(약 22조 원) 규모이며, 내년 상반기 중 사업권 지분인수 협상을 완료하고 영국 의회의 최종 승인을 받으면 된다.

양측은 올해 한국에서 사상 첫 공론화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신고리 원전 5·6호기와 동일한 모델인 'APR-1400'을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 영국 측과 한국전력은 6일 신고리 원전 5·6호기와 동일한 모델인 'APR-1400'을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건설이 중단됐다가 재개될 예정인 신고리 원전 5,6호기 전경./사진=연합뉴스


관건은 올해 신고리 원전 건설재개와 8년만의 원전 수주라는 희소식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업계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 수석연구위원은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대해 문제가 많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우리 원전의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다. 아직은 문제 없지만 후속 발주가 없다면 기술인프라가 무너질 것이다. 원전 선진국이었던 영국이 우리 원전을 수입하려 하는 것은 원전인프라가 무너졌기 때문이고, 미국에서 건설 중인 AP1000의 공기가 계속 늘어나는 것도 기술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박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기술경쟁력과 수주 노하우의 유지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박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경쟁력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탈원전정책 때문에 이미 일부 원자력기업은 인력을 줄였고 많은 회사들이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미래 인력을 공급하는 대학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 수석연구위원은 "가장 좋은 방법은 국내 원전 건설이 지속되는 것이지만 이것이 안 될 경우 수출을 열어야 하는데 이번처럼 얼마나 가능할 지는 별도 문제"라며 "40년 동안 쌓아온 원자력 기술이 사장될 위기"라고 덧붙였다.

향후 30년간 600조 원으로 추산되는 해외 원전시장 전망에 대해 박 수석연구위원은 "수용성이 좋은 원전이 나와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해 에너지 안보가 걱정되는 나라에서는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며 "후쿠시마 사고 후 안전성이 크게 강화된 한국 원전이 가격 경쟁력도 있기에 기회가 많다"고 낙관했다.

박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에너지안보·경제성·환경성 등에서 원자력을 포기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적극 추진해야할 이유만 있다"며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재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