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붉은 닭'의 해였던 지난 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먹거리 파동부터 세간에 충격을 안긴 살인·사망 소식,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를 비롯한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 등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사회 곳곳에는 분노와 불안감, 불신을 고조시키는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혐오(포비아) 현상과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한해였다. 본보는 지난 1년을 돌아보는 10대 사건 사고를 꼽아봤다.

특히 올해는 살충제 계란 파동에 일회용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이 겹쳐 국민 밥상과 위생에 걸쳐 푸드포비아(음식 공포증)과 케미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이 확산된 한해였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 4월 국내에 유통되는 계란에서 농약이 검출된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계란 파동이 일어났고, 결국 농림축산식품부가 8월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아 친환경 산란계 농가로 선정된 곳들을 대상으로 잔류농약 검사를 하던 중 살충제 계란이 실제로 검출되어 충격을 던졌다.

전국 계란 농가 1239곳 중 1190곳이 적합 판정을 받고 시중유통을 재개했지만 친환경 농가 31곳을 비롯해 총 49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소비자들이 계란 구입과 섭취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관련 산지도매가가 한때 폭락하기도 했고 제빵외식업체들은 계란 수급에 힘겨웠다.

올해 먹거리 대란은 이외에도 분쇄육 햄버거와 브라질 닭고기 파동, 간염 소시지 및 질소 과자, 유전자변형농작물이 섞인 라면 의혹 등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시중에 판매 중인 생리대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도 확산됐다.

올 여름 '발암물질 검출' 의혹으로 깨끗한 나라의 릴리안 생리대 착용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저귀와 생리대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지난 9월 생리대 안전을 보증하는 유기화합물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순면 생리대와 생리컵에 대한 재조사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법원은 지난 12일 유해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비교 검증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 9월에는 한 남자배우의 반려견에 물린 후 한일관 대표 김모씨가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반려견에 대한 경각심과 혐오증이 확산됐다.

당시 김씨는 견주가 목줄을 풀고 관리에 소홀한 사이 반려견에게 정강이를 물린 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6일 만에 숨졌다. 이를 계기로 일부 견주들에게 성숙한 책임의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여론이 일었고 정부는 반려동물 사고에 따른 처벌과 개파라치 신고포상금 제도를 강화했다.

   
▲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를 119에 최초로 신고한 목격자는 21일 오후3시53분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났다고 전했다. 사진은 전날 오후 화재로 29명이 사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현장에서 22일 오전 소방관들이 수색 작업을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잔인한 살인 사건도 이어졌다.

안타까운 사연으로 언론에 등장해 딸의 치료비를 눈물로 애원해 거액의 후원 기부금을 받았던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씨는 지난 9월 여중생 딸의 친구를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인 후 음란행위를 하고서 살해한 사실이 알려져 세간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들 부녀의 엽기적인 살인 행각은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한 연말 기부 손길조차 얼어붙게 만들어 예년에 비해 개인 후원금이 줄어들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10대 여학생들이 같은 동네에 살던 8살 초등학생 여아를 유괴해 살해하는 엽기적인 살인사건으로 공분이 일었다. 김모양은 공범 박모양의 지시를 듣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뒤 유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그들이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가 드러나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올해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던 소식은 지난 11월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경북 포항에서 5.4의 강진이 일어나 지진피해가 크게 일어났고, 결국 수능 또한 일주일 뒤로 연기된 사건이다.

서울에서도 일부 시민들이 감지할 정도로 역대 2위 규모인 5.4의 본진이 발생한 당일 27차례의 여진이 이어져 39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하는 등 포항 시민들은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지진 발생지 인근에는 액상화 현상까지 관측되어 불안감이 더 커지기도 했다.

다만 일주일 연기되어 치러진 11월23일 수능 당일, 포항 일대에서 규모 1.7의 약한 지진이 발생했으나 시험중단이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올해 4월23일에는 지난 1073일 간의 아픔을 뒤로 하고 세월호가 성공적으로 인양됐다.

2015년 4월 인양에 착수한 후 ‘뻘에 묻혀 있는 선체를 절단하지 않은 채 온전하게 올려야 한다’는 목적으로 인해 수많은 기술적 어려움에 부딪혔던 세월호는 풍속과 유속-파도와 조석 등 열악한 작업환경을 딛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

   
▲ 경북 포항에서 11월15일 발생한 5.4의 지진으로 인해 당일 오후7시를 기준으로 포항 지역에서만 3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진은 이날 발생한 지진으로 포항시 북구의 한 빌라 외벽이 무너져 내려 파편이 흩어져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는 12월 연말에 몰려 안타까움을 더했다.

12월3일 낚싯배 선창1호는 출한한지 5분만에 급유선인 명진1호와 상호 부주의로 충돌해 전복되어 15명이 사망했다.

낚싯배는 무선통신장비가 꺼져있어 사고 발생 후 조난신고도 보내지 못했고, 좁은 수로로 위험한 항행을 무릅쓴 급유선 양쪽의 과실이었다. 해경 또한 현장 장비와 인력이 부족해 골든타임을 놓쳐 세월호 교훈이 실종됐다는 비판 여론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16일에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던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심정지로 숨졌으나 명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아 부모 등 유가족들의 가슴이 찢겨졌다.

심정지 증세를 보인지 4시간여 만에 81분간 동시다발적으로 집단 사망한 환아들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오염된 수액세트부터 감염증, 패혈증과 생명유지장치의 오작동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전방위적인 조사를 펼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 21일 충북 제천에서는 한 스포츠센터에 화재가 일어나 29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1층 천장에서 발화해 불에 약한 외장재를 타고 삽시간에 화마가 커졌지만 건물 각층 계단에 방화시설이 되어있지 않았고 일부 화재감지기가 고장나 방화셔터도 작동하지 않았으며 건물내 스프링클러도 고장으로 폐쇄되어 있어 비상상황에 무방비했다.

경찰은 이번 화재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과칠시사상 및 소방법 건축법 위반 혐의로 건물주인 이모(53)씨를 구속하고 관리인 김모(50)씨 등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집중 조사에 들어갔지만 이씨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고 김씨는 여러차례 진술을 바꾸어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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