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시 전기료 인상·전력 불안정성 증가
외국 원전 건설·재가동 vs 한국 '역주행'
   
▲ 신고리 5·6호기 전경/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미국·영국·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원자력발전소를 건설 및 재가동하는 가운데 오히려 한국은 탈원전정책을 가속, 국내 기업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선진국들이 앞다퉈 법인세 인하 등을 추진하는 반면 한국은 법인세를 인상, 가격경쟁력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기료 인상으로 인한 추가적인 부담이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미국 조지아주 공공서비스위원회는 최근 보그틀 원전 3·4호기 공사 재개를 결정으며, 오는 2022년부터 가동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100·101번째 원전을 보유하게 될 예정이다.

릭 페리 미 에너지부 장관은 이와 관련 "조지아주 공공서비스위원회의 결정은 깨끗하고 믿을 수 있는 미 원자력 에너지 미래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게재했다.

영국은 21조원을 투자해 신규 원전 3기를 건설·운영하는 무어사이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전력공사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은 2015년 원전 가동을 재개하는 등 사실상 탈원전정책을 폐기했으며,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원전 비중을 75%에서 50%로 낮추기로 했으나 공약을 취소한 바 있다.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원전을 태양광·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경우 전기료 인상·온실가스 배출 등의 문제가 심화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독일·일본·캐나다·호주 등 탈원전정책을 추진한 국가들에서는 전기료가 일제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두산중공업이 경남 창원 본사에 준공한 ESS와 태양광발전설비 연계 발전소/사진=두산중공업


국내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4일 전기료 인상폭이 2022년까지는 1.3%·2030년까지는 10.9%에 그친다는 내용을 포함한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발표했지만, 한전이 2030년 1kWh당 판매단가가 지난해 대비 36.45% 오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산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가장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철강업계의 경우 전기료 인상으로 인한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

2015년 1만2025GWh의 전력을 사용한 현대제철은 1조1605억원의 전기료를 지불했으며, 9391GWh·2490GWh의 전력을 사용한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각각 8267억원·2420억원을 지불했다.

수혜가 예상됐던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전기료 인상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태양전지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은 생산원가의 30~40%가 전기료인 탓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는 구름·황사·무풍 등 기상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전력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등 간헐성 문제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남호주에서는 전력 공급의 35%를 차지하는 풍력발전소가 태풍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돼 제철소를 비롯한 공장들과 상업시설에 전기가 끊겼으며, 대만에서도 발전소 1기 가동 중단으로 주민들이 촛불을 켜다가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력 생산이 원활할 때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시 방출하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주목받고 있으나, 아직은 불안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부지확보 등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대로 발전 설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여의도 면적의 168배에 달하는 489.1㎢의 땅이 필요하지만, 태양광·풍력 발전소로 인한 자연 훼손 및 지역주민의 반발이 예상돼 부지 확보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해상풍력발전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해상 풍력은 지상 풍력 대비 2배 이상 높은 비용이 필요해 발전원가 및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해 기업들의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신화에는 열지 말라는 상자를 개방, 증오·질투·분노·질병·가난 등 온갖 재앙을 세상에 퍼뜨린 판도라의 이야기가 나온다. 전기료 인상·전력 불안정성 증가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는 탈원전은 무엇을 상자 안에 남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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