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체감 비용은 통신비 아닌 단말기 값"
시장원칙 위배·정부 정책 기조 역행
[미디어펜=이해정 기자]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소비자시민모임·참여연대·한국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가 보편요금제의 기본 제공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이동통신업계는 시장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보편요금제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게 의무적으로 정부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설계된 음성통화량과 데이터량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하게 만드는 제도다. 정부는 SK텔레콤이 보편요금제를 출시하면 KT나 LG유플러스도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유사 요금제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보편요금제는 시장원칙을 위배하고,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왔던 시장경쟁 활성화와 규제 완화 정책 기조에 대치된다"고 말했다. 가계통신비 정책 협의회(이하 협의회) 5차 회의에서 보편요금제에 대해 이통사가 제시한 의견을 재반복한 것이다. 

그러면서 "통신의 기본은 전화와 문자다. 데이터 수요는 필수가 아니고 동영상 사용 등은 문화와 오락으로 분류된다"며 데이터 제공량 확대 요구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보편요금제 도입시 이통사의 경영악화와 5G, R&D 등 투자위축으로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서는 "통신요금 매출은 10년 간 감소중"이라며 "보편요금제에 책정된 가격이 낮은만큼 (제도 도입시)관련 매출은 더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신비가 3만4000원이어도 고객이 체감하는 것은 10만원"이라며 "통신비가 비싼 이유는 단말기 값 때문"이라고 말했다. 

   
▲ 이동통신업계는 보편요금제가 시장원칙을 위배하고 경영악화를 초래해 경쟁력을 저하하는 이유 등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추 의원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지난 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보편요금제 도입을 촉구하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보편요금제 제공량인 '월2만원 데이터 1기가바이트(GB)' 수준에서 '월2만원 데이터 2GB'로 데이터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사에는 요금인하 경쟁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보편요금제 도입에 반대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추 의원은 "현재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과기정통부의 보편요금제 예시안은 월 요금 2만원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 제공 요금제로,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평균 사용량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보편요금제의 도입 취지를 퇴보시키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편요금제는 이동통신 서비스가 국민들의 삶에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사용되는 가운데 정보격차의 해소와 필수재에 대한 최소한의 접근권 확보라는 보편적 정보복지 측면에서 추진된 제도"라며 "지금 논의되는 수준으로는 직접적인 가계통신비 인하는 물론, 정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저가 요금제의 다양화 및 이동통신 시장경쟁 촉진효과도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저가 스마트폰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 알뜰폰 업계는 어려움을 겪게될 전망이다. 알뜰폰 협회는 지난해 12월 22일 열린 가계통신비 정책 협의회 5차 회의에서 보편요금제 도입 시 주력 요금제 시장의 상실로 알뜰폰의 어려움이 크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보편요금제 대안으로써 알뜰폰 활성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알뜰폰협회는 보편요금제 대안으로 전파사용료 감면, 도매대가 산정 방식 개선, 유통망·홍보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통사는 회의에서 통신비 부담 경감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보편요금제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며, 외국 규제사례를 비교해 볼 때 과도한 측면이 있고, 인위적인 가격을 설정할 시 시장 경쟁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특히 이통사의 경영악화를 초래해 5G, R&D 등 투자위축으로 인한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우려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통신비 인하를 논의하는 가계통신비 정책 협의회는 오는 12일 6차 회의를 열고 보편요금제에 대한 보충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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