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가 기소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해 유영하 변호사를 사선 변호인단 총사퇴 80일 만에 재선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는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 사건에서 전직 국정원장들과 나란히 재판받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유 변호사를 통해 본인의 방어권을 적극 행사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건은 지난해 10월16일 유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인단 총사임 후 국선변호인단의 구치소 접견 신청도 일체 거부하면서 한번도 재판에 나오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추가기소에 변호인 재선임 카드를 꺼낸 속내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지난 4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로 35억 원, 업무상 횡령 1억 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는데, 박 전 대통령은 당일 서울구치소에서 유 변호사와 접견한 후 그를 선임했다.
이번 특활비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기존 국정농단에 따른 18개 혐의 사건을 다루는 재판부와 별개로 형사32부(부장판사 성창호)에 배당했다.
중앙지법 형사32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로 앞서 기소된 남재준, 이병기 전 국정원장 재판을 심리하고 있다.
법조계는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재선임에 대해 특활비 혐의의 공소사실이 박 전 대통령과 직접 맞닿아 있고 어떻게든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인 방어를 통해 혐의를 벗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특활비 관련 혐의가 유죄로 판결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해당 금액에 상응하는 재산을 추징당하고 국고에 환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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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36억 5000만 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지난 4일 재판에 넘겨졌다./사진=연합뉴스 |
박 전 대통령 자신의 재임기간인 2013년 6월 정부가 마련한 '전두환 추징법'(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 따라 공무원이 뇌물 등 불법으로 취득한 재산에 대한 몰수 추징 시효가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됐고, 범인 외 가족을 비롯한 제3자가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도 추징할 수 있도록 추징 대상도 확대됐다.
추가로 기소된 특활비 혐의가 유죄로 판결나면, 박 전 대통령이 앞서 삼성동 자택을 팔아 얻은 자금과 보유 예금과 같은 동산, 내곡동 자택 등이 추징대상으로 가능하다.
서울중앙지검은 8일 국정원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 사건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 재산에 관한 추징보전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추징보전이란 범죄로 얻은 불법재산을 형이 확정되기 전에 범인이 빼돌려 추징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양도나 매매 등 일체의 재산 처분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보전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개인 재산에 대한 적극적 방어 의지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재선임 이유로 정치적 정당성도 꼽히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일 박 전 대통령을 추가 기소하면서 "특활비를 사적으로 15억 원 썼다"며 그 사용처로 삼성동 사저 유류대금 등 관리 수리비, 기치료 주사비용 등 의료비, 문고리 3인방 격려금을 지목했다.
이러한 특활비 용처는 국정수행과 거리가 멀어 박 전 대통령이 계속 주장해온 "사익 추구를 하지 않았다"는 명분도 잃고 '정치보복 희생양'을 언급하며 국정농단 재판을 보이콧해온 정당성이 무너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건강 상 이유를 들어 국정농단 재판 출석에 불응해 심리가 장기화됐지만, 검찰은 사전신청한 증인신문 대상을 줄여서라도 오는 2월 담당재판부 인사이동이 있기 전까지 법리 공방 및 혐의 입증을 마무리할 생각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변호인 전원사퇴 카드를 꺼내면서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제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추가로 기소된 사건에서 태도를 바꾸어 적극 방어에 나선 '박 전 대통령 특활비 뇌물' 재판의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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