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협력지표 116위…119개국 중 뒤에서 네 번째
파업·임단협으로 영업손실·경쟁력 약화 가져와
인공지능이 보편화될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면서 일자리에도 변화가 닥쳐올 전망이다. 지난해 말 출범한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경우 2022년까지 128조원, 2030년까지 최대 460조원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등 약 80만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할 것으로 봤다. 따라서 기술 발전만큼 유연한 일자리를 만드는 구조적 노동 플랫폼 조성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노조 우선주의, 정규직 과보호, 근무형태의 획일화, 연공서열제 등의 노동 시스템으로는 지능화, 융-복합화로 대변되는 새로운 노동패러다임에 적응할수 없다. 이에 미디어펜은 '일자리 4.0시대'를 맞아 정부와 기업, 근로자들이 고민해야할 노동정책과 제도, 근로형태, 노사관계 등을 심층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퀀텀점프코리아 2020-1부] 4차 산업혁명시대, 일자리를 리뉴얼하라③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대한민국이 강성 귀족노조의 천국이 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단을 만나 "한국이 여기까지 온 것은 제조업 강국이었기 때문인데, 전국 모든 제조업체가 강성노조의 손에 들어갔다"며 이 같이 말했다.

홍 대표는 "그리스에 제조업이 없는 이유는 강성노조 때문"이라며 "이래서는 대한민국에도 희망이 없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 9월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때 세계 최고의 자동차 도시로 불린 미국 디트로이트가 파산한 배경에는 강성 귀족노조의 횡포가 있었다"며 "자동차 세계 강국이 디트로이트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실제로 1960년대 GM·포드·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업체들이 집결하고, 공장 직원만 30만명에 달해 '모터시티'로 불렸던 디트로이트는 2013년 20조원의 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을 신청했다.

디트로이트 파산의 주요 이유로는 1950년 GM이 전미자동차협회(UAW) 등 강성노조와 체결한 '디트로이트 협약'이 꼽힌다. 

퇴직 근로자에게도 연금·건강보험료를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 협약으로 GM은 1993년 이후 15년간 약 115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게 되고, GM이 파산한 2009년의 경우 복지비용을 지원받는 퇴직자가 공장 근로자의 2배가 넘는 40만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재정 부담 및 원가경쟁력 약화를 피하기 위해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내 다른 지역 및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디트로이트의 실업률은 2009년 16.3%까지 치솟았으며, 1년 만에 7만8000개의 빈집이 발생하고 세수가 급락했다.

   
▲ 서울 중구 민주노총 앞에서 열린 총파업 집회 참가자들이 도로에 나와 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한국의 강성노조들은 이러한 교훈을 비웃기라도 하듯 파업과 임금단체협상 등을 거의 매년 진행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노사협력지표는 116위로, 전체 119개국 중 뒤에서 네 번째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한국의 노사분규는 꾸준히 증가해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인 113건을 기록했고, 근로손실일수는 IMF 외환위기 당시를 넘어선 190만9788일로 집계됐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31년간 파업을 연례행사처럼 벌여 20조원의 매출 손실을 발생시켰으며, 지난해에도 10여 차례 파업을 통해 8000억원 규모의 매출 손실을 야기했다.

또한 기본급 동결 속 3호봉 승급과 통상임금의 250%+140만원의 상여금 지급 등을 통해 수백만원의 임금 인상을 보장하겠다는 사측의 제안을 거절하고 월 급여 15만4833원 인상, 국민연금 지급 시한까지 정년연장 및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울산공장 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코나' 생산라인을 쇠사슬로 묶어 생산을 방해하기도 했다. 당시 생산될 코나는 미국 판매를 추진 중이었다.

   
▲ 현대차 노조가 파업 집회를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국·싱가폴 등 경쟁국 업체 대비 낮은 원가경쟁력으로 일감 확보조차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조선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 29일 기본급 동결 및 임단협 타결 격려금 연 100%+150만원과 사업분할 조기 정착 격려금 150만원 등 2년치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서 임단협 갈등이 3년을 이어가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인력효율화 작업이 미진해 고정비가 증가, 지난해 영업손실 2400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노조의 반발로 생산직 근로자 대상 임금 10% 반납 실시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오는 5~6월 재개 예정인 임단협 역시 경영정상화 차원에서 미뤄진 것에 불과해 임금을 둘러싼 갈등이 예상된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2년치 임단협 협상에서 2년치 임금 동결 및 성과급 미지급을 포함한 잠정합의안이 과반의 찬성표를 얻었지만, 무파업 확약서 제출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부분파업·고공 단식농성 등을 벌였다.

거듭되는 파업과 무리한 임금 인상 요구 등으로 기업이 생산공장을 이전하거나 고용을 축소하면 지역 경제 파탄과 청년실업률 증가 등으로 국가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터시티'가 '유령도시'로 전락했던 디트로이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노조의 각성과 정·재계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