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글로벌 진출 앞두고 여기어때 구체성 없는 글로벌 계획 먼저 발표...상도의 지키는 경쟁자 돼야
   
▲ 여기어때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벌써 2주 전에 기자 분들에게 초청장을 보냈고 간담회 자리에서 글로벌 진출을 공식적으로 알릴 예정인데, 경쟁사에서 간담회를 며칠 앞두고 비슷한 보도자료를 냈더라구요. 하지만 저희들은 구체적인 것이 있고 더 완벽히 하면 되니깐 큰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국내 숙박 O2O(온·오프라인 연계)기업 야놀자 관계자의 말이다. 야놀자는 지난달 21일 출입 기자들에게 오는 7일 서울 삼성동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글로벌 진출을 공식 발표'하고 '새로운 오프라인 호텔 브랜드 및 글로벌 사업 전략'을 소개할 것이라며 초청장을 보내왔다. 

아울러 일본 최대 온라인 여행 기업과의 독점 파트너쉽을 공식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는 구체적인 내용도 알려왔다. 

하지만 야놀자가 기자간담회를 며칠 앞둔 사이, 업계 2위 기업인 여기어때에서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8 글로벌 사업 비전'을 발표했다. 

여기어때는 자료에서 "국내 모든 유형의 숙소 뿐 아니라 일본, 중국, 태국, 대만 등을 시작으로 전 세계 숙소 예약이 여기어때에서 가능해진다"며 "연내에 여러 글로벌 OTA(온라인 투어 에이젼시)와 제휴를 추진하고, '아웃바운드 고객(국내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국어와 컨시어지를 지원하는 '인바운드 고객(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 대상 서비스와 해외 각지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인민박 예약, 정보 서비스도 선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어때는 크게 ▲국내 숙박 넘어, 글로벌 숙박 예약 채널로 발돋음 ▲숙박과 연계한 최상의 시너지, '액티비티' 시장 진출 ▲다양한 형태의 B2B 시장 진입, 국내 최대 규모 숙박 DB 공급 등을 알렸다.

하지만 자료를 꼼꼼히 보면 구체성은 없고 계획만 있을 뿐이다. 연내에 여러 글로벌 OTA와 제휴를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확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

이에 여기어때 관계자는 "대부분 내용이 결정되고 가시화가 추진 중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단계적으로 하나씩 다양한 방법으로 공개될 예정"이라며 경쟁사를 의식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기어때의 이런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신뢰성이 떨어진다. 2016년 야놀자는 업계 최초로 중국 최대 여행기업 씨트립(C-trip)과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연동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어때는 당시에도 씨트립 이용자에게 중소형 호텔 정보와 예약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자료를 먼저 배포했다. 

하지만 여기어때는 야놀자처럼 씨트립과 API 연동이 아닌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마켓 형태로 씨트립에 몇 가지 판매상품을 올린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결국 야놀자는 여기어때 때문에 씨트립과 공식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에 알리지 못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당시 여기어때는 씨트립 아시아본부장을 만났고 서플라이어(파트너) 자격을 받고. 이부킹 어그리먼트 계약서를 2017년 6월에 체결했다"고 해명했다.

국내 숙박 O2O시장은 경쟁도 치열하며 매우 혼탁해 보인다. 그럼에도 서로 잘하는 것에는 인정하고 칭찬하는 상도의 정도는 있어야하지 않을까. 여기어때가 이날 배포한 자료가 야놀자의 글로벌 진출 발표를 앞두고 산통을 깨려고 한 것이라고 느낀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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