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계속될 땐 금융후진국 오명 벗기 힘들 것"
인공지능이 보편화될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면서 일자리에도 변화가 닥쳐올 전망이다. 지난해 말 출범한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경우 2022년까지 128조원, 2030년까지 최대 460조원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금융업계선 '악'소리가 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분위기까지 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금융 규제 올가미 벗고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한다'는 주제로 금융업권의 규제 완화 목소리에 대해 짚어본다.[편집자주]

[퀀텀점프코리아 2020-4부]금융, 규제올가미 벗고 글로벌경쟁력 갖춰야 ①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자동차가 처음으로 발명된 나라는 영국이다. 그러나 BMW, 벤츠, 아우디 등 유명 자동차 브랜드는 모두 독일산 제품이다. 

처음 자동차가 발명됐을 당시 영국의 대다수 부유층은 마차와 관련된 직종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자동차 산업 발전에 각종 규제를 달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 결과, 영국에 비해 자동차 산업에 별다른 규제가 없었던 독일에선 관련 산업이 번성할 수 있었으며, 현재까지 그 영향은 자동차 산업에서 지대하게 미치고 있다.

현재 가상화폐를 둘러싼 국내의 규제 형국은 꼭 그 당시 영국의 자동차와 닮았다.

몇 년 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의 모습이 어떤 식으로 변모할지는 모르지만, 지금과 같은 국내 규제 속에선 어떠한 금융산업도 발전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땐 금융 후진국의 오명을 벗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규제 위주인 국내와는 달리 국제사회에선 무조건적 규제보단 규제와 허용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스위스의 경우, 비트코인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가상화폐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최소한의 규제만 하고 있다. 

최근 스위스 경제부 장관인 요한 슈나이더아만은 "가상화폐에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며 "스위스를 가상화폐 국가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취리히 인근 도시인 주크는 이미 '가상화폐 밸리'를 형성한 상태다.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법정화폐를 가상화폐로 전환하는 혁신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부터 스웨덴 중앙은행 스베리어릭스은행은 중앙은행 가상화폐 'e-크로나'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싱가포르 금융감독청(MAS)도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보고 중개업체나 거래에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반면, 적절한 규제를 통해 가상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7일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을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등록된 가상화폐 거래소와 전자지갑 서비스 업체에 한해서만 영업을 허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또한 EU는 지난달 26일 국제사회 차원에서 가상화폐 규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독자적인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국제적인 차원에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이탈리아 정부도 규제 동조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현재 국내 금융당국과 국회 등은 여전히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공개(ICO)는 사기, 유사수신 등 투자자보호 관점에서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당국의 부정적 입장은 그대로"라고 말한 바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6일 한 방송에서 "가상화폐 쪽은 지나친 과열과 불법은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금융 후진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선 가상화폐 등에 대한 규제보단 완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창규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규제를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금융서비스는 규제하거나 막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런 식의 보수적 금융 규제가 지속된다면 “향후엔 미국이나 중국에서 만든 서비스를 갖다 쓸 수밖에 없는 경제 후진국이 될 수도 있다”며 “국내 금융업에 혁신과 창의, 신기술이 과감하게 들어와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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