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조종사들이 운항승무원들의 근무시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국토교통부의 점검 결과에 반박하고 나섰다. 국토부가 승무시간, 비행근무시간의 축소 부분은 배제한 채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9일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국토교통부의 이번 대책은 과로로 쓰러진 승무원, 피로를 호소하는 조종사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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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조종사 "노동시간 이미 임계치…행정편의주의 정책"
국토부는 최근 9개 국적항공사 승무원의 근무시간 특별점검 결과 "승무원 근무시간 초과사례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점검 결과 월평균 승무시간은 조종사 68.6시간, 객실승무원 82.7시간으로 법정 상한의 63%와 69%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에 따르면 객실승무원의 월평균 승무시간은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60~70시간)과 싱가폴 항공(70~80시간) 등 해외 항공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휴무일수 또한 조종사 월평균 10.3일, 객실승무원 9.2일로 타 직종 노동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조종사협회는 "국토교통부의 특별점검 결과는 다양한 비행근무의 형태를 간과하고 애매한 평균값만을 제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승무시간은 비행기가 이륙을 목적으로 최초로 움직이기 시작한 때부터 비행이 끝나 비행기가 멈춰선 때까지 걸린 시간을 말하는데 이시간 전후로 비행을 준비하는 시간까지 근무시간에 포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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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국토교통부 |
또 "국토교통부와 승무원은 피로위험이 비행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임을 함께 인식하고 국가의 세금으로 연구용역사업을 실시해 연구와 논의를 동시에 진행해 왔다"면서 "국토교통부 연구용역의 결론은 출근시간, 비행 횟수, 기내휴식시설의 종류, 승무원의 시차 적응여부에 따라 차등적으로 승무원의 피로관리가 적용되는 것이 핵심이지만 국토부가 최종 논의에서 이를 배제했다"고 전했다.
협회는 피로 경감을 위해서는 비행근무 시작 시각과 비행근무 횟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부가 항공사가 재원을 투자해 새로운 고용을 창출해야만 해결이 되는 승무시간, 비행근무시간의 축소 부분은 항공사와 조종사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종 결론에서 일방적으로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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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국토교통부 |
실제 조종사와 승무원들은 항공사들이 법정 상한 시간을 지키면서 국내선과 국제선 비행을 연달아 배정하는 등의 격무를 시켜왔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승무원들의 늦은 시간 퇴근과 연결된 이른 출근, 연속되는 밤샘근무, 비행근무 중간의 대기와 이동 등이 장기적인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적사의 한 승무원은 "무리한 스케줄의 개선을 요구했는데 고작 휴식시간을 늘리는 수준에 그쳤다"며 "현장 근로자들의 갈증을 제대로 해소해주지 못하는 대책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승무원은 "국토부는 우리나라 승무원이 국제기준보다 덜 근무한다고 하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대한민국 승무원들 체력이 현저히 나쁘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항공사 "채용 늘렸는데 더 뽑으라니…"
올해 3500명이 넘는 대규모 채용에 나서는 항공사들도 국토부의 특별점검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항공사들 가운데서는 국토부의 "채용을 늘리라"는 권고에 대해 승무원들의 근무완화 기준을 제대로 낮춰주지 않고 항공사의 자체 개선방안에만 의존한 처사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가 일부 항공사에 조종사와 승무원 근무 강도 완화를 위해 채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토부는 항공사들에 "자체 개선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제대로 된 개선 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운항노선을 배분할 때 불이익을 줄 방침"이라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인력을 더 채용하라고 하지만 신규채용이 이뤄져도 비행에 바로 투입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승무원들의 피로 회복과 근무 개선 완화를 위해 인건비 부담을 항공사가 무조건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것도 현실적인 피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운항승무원들의 충분한 휴식시간 보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비행시간이 현행보다 축소될 경우 그만큼 항공기 운영에 차질이 예상된다"며 "이 경우 국제항공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1000명, 아시아나항공은 500여명, 제주항공은 600~700명, 진에어 400명,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올해 각각 300여명, 80여명을 채용한다. 이 중 상시채용을 포함해 4월 현재 기준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두 달 새 6명의 승무원이 실신한 에어부산의 경우 국토부의 채용권고를 받은 이후 300명의 승무원 채용 계획을 내놨지만 아직 채용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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