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 조직적인 댓글조작 막지 못한 포털, 사회적 책임·규제 확대 목소리 커져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민주당원이자 파워블로거인 '드루킹'(필명) 김모(48)씨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관 간에 돈거래가 밝혀지는 등 연루 의혹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민간의 조직적인 댓글 작업이 가능해 포털뉴스 여론 조작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1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포털뉴스 의존도(77%)가 세계 36개국(평균 30%)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댓글통계시스템 워드미터 사이트에 따르면 네이버뉴스에 댓글을 단 계정 중 0.18%가 지난 6개월간 댓글을 1000개 이상 달면서 공감순 등 댓글 여론을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 서비스업계 일각에서는 드루킹처럼 다수의 인원들을 동원해 일일이 수동으로 입력할 경우 매크로 없이도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포털이 민간의 조직적인 여론 조작을 물리적으로 막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한 관련업체 대표는 "네이버나 다음 등 국내 포털 사업자는 이용자 체류시간을 최대한 늘려 광고수익을 올리려고 구글의 '아웃링크' 방식과 달리 뉴스를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보여주는 '인링크' 방식을 고집한다"며 "댓글에 공감-비공감을 클릭하거나 접기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여론형성에 영향 미치면서 트래픽 유발에 집중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이에 대해 온라인 공론장 보호라는 포털의 사회적 책무와 개인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네이버 등 포털의 법적 책임으로까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관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여론조작을 통해 드루킹이 받고 있는 업무방해 혐의는 악플 선플의 구분과 상관 없이 네이버뉴스 순위를 조작하려고 의도적으로 작업했다는 점"이라며 "국민 누구에게나 표현의 자유 및 선거운동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지만 단순한 정치의견 표출과 뉴스순위 조작 혐의는 엄연히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특히 그는 "드루킹이 언급했던 '선플'은 매우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판단이 가능하다"며 "여론조작 과정에서 '선플'이라는 명목으로 타인을 비방하거나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할 경우 징역이나 금고 또는 벌금형에 처해진다"고 지적했다.

   
▲ 민주당원이자 파워블로거인 '드루킹' 김씨는 3월14일 자신의 페이스북(Sj Kim 계정)에서 "2017년 대선 댓글부대의 진짜 배후가 누군지 알아?"라며 자신이 이를 알고 있음을 암시했다. 사진은 김씨가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으로 올린 모습./사진=김모씨 페이스북 계정

또다른 법조계 인사는 "네이버를 필두로 포털 사이트가 사실상의 언론 권력이 됐다"며 "포털이 트래픽을 유발해서 자신들의 매출을 신장시키기 위해 현재의 댓글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지만 휴대전화 등 개인정보에 기반한 철저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 표현의 자유에 책임이 따르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포털은 드루킹 같은 문제를 사전에 알면서도 방치한 것"이라며 "일종의 미필적 고의성이 있다고 보이고 이를 개선하도록 포털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지난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박대출 의원은 "현행법은 드루킹 사건의 사각지대"라면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대여하거나 도용한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여론조작 등 부정한 목적으로 게시판에 댓글을 게재-입력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시에는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이번에 적발된 드루킹 김씨는 매크로 프로그램과 다수의 커뮤니티 회원들을 무기로 포털의 댓글 조작 방지시스템을 뚫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댓글 가명제·댓글 공감 평가 등 기존 포털뉴스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드루킹과 같은 여론조작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향후 정부와 국회가 어떤 개선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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