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노조, 한달 가까이 신세계백화점서 시위...고객들에게 불쾌감
정용진 부회장 무릎 꿇어야 시위 멈추나...유가족들 원하지 않는 시위, 또 다른 갑질 아닐지
   
▲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이마트 노조가 승합차를 불법(?) 주차해 놓고 확성기를 크게 틀어놓고 있다. 하지만 노조원들은 시위나 집회없이 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하고 있었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최근 한 대기업 오너들의 갑질 동영상과 육성 녹음 파일이 퍼지면서 큰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성별의 차이, 자본력의 유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서로 조심하며 갑질이라는 것을 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갑질 문화가 횡행하는 분야가 있는 것 같다. 바로 노동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과거 노동계는 자본가에게 약자이자 을 중의 을이었지만 언젠가부터 '노조권력'으로 변모, 자본가와 경영자들을 위협하는 모습이다. 

노조위원장이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도 '노조권력'의 한 단면이다. 노조의 여러 긍정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노조권력'은 때론 경영자들을 위협하고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이중성을 지닌다. 그래서 그 '힘'은 과용하면 안 되며 적절히 활용될 때 빛을 발한다.       

이마트 노동조합은 한 달 가까이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백화점 주변에 '정용진이 책임져라', '정용진이 사과하라' 등의 현수막을 수십 개 붙여 놨다. 인도에 불법(?)주차된 승합차에서는 확성기까지 크게 틀어 명동 일대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면세점 등을 방문하는 국내외 고객들에게 불쾌감과 불안감을 주는 것은 물론 이 주변 상권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이마트 노조가 장기간 이 곳에서 집회를 하는 이유는 지난 3월 이마트 구로점에서 계산대 직원인 고 권미순 사원이 근무 중 쓰러져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고 권미순 사원은 이날 근무하기에 앞서 의무휴업과 개인 휴무 등으로 며칠 쉬었다 출근했다. 따라서 과로사는 아닌 것이다. 회사가 밝힌 병명은 허혈성 심장질환이다.

또 이마트 다산점에서도 무빙워크 점검 작업을 하던 20대가 기계에 몸이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 직원은 무빙워크 점검 전문 업체 소속 직원이라 이마트의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 그럼에도 이마트는 사망한 이 직원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다했다는 설명이다.

   
▲ 이마트 노조가 신세계백화점 본점 주변에 '정용진 책임져라'는 현수막을 걸어놓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고 권미순 사원에 대해서도 이마트와 유가족 측은 원만하게 합의를 받고 이번 일이 조용하고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원했다. 노조의 집회나 시위도 유가족 측은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는 유가족들의 뜻에 따라 향후 똑같은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응급대응 체계 강화 방안도 내놨다.

그럼에도 노조 측은 이마트에서 노동자가 죽었다고 '정용진이 책임지고 사과하라'고 한 달 가까이 시위를 하고 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특히 근무 중의 사망 사건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직원의 죽음에 대기업 오너가 나서서 사과를 해야 하는 것도 정상적인 행태로 보이지 않는다. 정용진 부회장이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무릎이라도 꿇어야 노조는 시위를 멈출 것인가. 만약 그런 걸 원한다면 그것 역시 또 다른 '갑질'이 아닐까. 

노조가 한 달 가까이 시위를 하는 배경은 지난달 사측이 마트산업노조의 과격 시위 및 명예 훼손과 관련해 김기완 마트산업노조 위원장 등 6명의 노조원들을 구로경찰서에 고소·고발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 직원이 매장에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사측과 노조 측이 갈등을 빚다 고소·고발까지 간 것이다. 사측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해, 재물손괴, 건조물침입) 위반, 업무방해죄, 명예훼손죄, 강도상해죄 등으로 노조를 고소·고발했다.

이에 노조 측은 자신들을 고소·고발한 사측에 대한 분노를 이런 방식으로 표출하고, 복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런 일은 사측과 노조가 경찰에서 만나든 회사에서 만나든, 만나서 해결하면 될 일이다. 굳이 시내 한복판에서 오너 이름을 내건 현수막을 붙이고 크게 확성기를 틀어야 할까. 거기는 엄연히 영업하는 공간이고 쇼핑을 즐기러 오는 고객들의 공간이다. 그런 즐거움을 노조가 빼앗아갈 이유는 없다. 

지금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진행되는 이마트 노조의 시위가 정말 유가족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또 이런 식의 시위는 또 다른 갑질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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