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당시 자원개발 담당 및 탈원전 반대 인사 사임 행렬
재생에너지 관련 문제 현실화시 관련 공무원 '토사구팽' 우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서인이 집권하면 동인이 쫓겨나고 동인이 집권하면 서인이 쫓겨나는 조선시대 붕당정치를 보는 것 같다."

최근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개발과 관련됐거나 탈원전 정책에 반대 의견을 냈던 인사들이 사실상 자리에서 쫓겨나는 것을 본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 있다가 공기업으로 떠난 사람들에게까지 '추노'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김경원 지역난방공사 사장, 강남훈 에너지공단 이사장 등은 임기를 1년 이상 앞둔 시점에서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특히 사표가 수리된 문 전 사장의 경우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은 상황이었다.

이들은 모두 과거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관련 실무책임자로, 문 전 사장은 지난 2010년 지경부 자원개발원전정책관을 지냈다. 김 사장과 강 전 이사장은 각각 2008년 기후변화에너지정책관과 2009년 자원개발원전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문 전 사장과 강 전 이사장은 △한국석유공사 하베스트 유전 △한국광물자원공사 멕시코 볼레오 동광 △한국가스공사 웨스트컷뱅크 가스전 사업 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 3월28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해외자원개발 부실 원인규명 토론회'에서 (왼쪽부터)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 정책관·박중구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 위원장·도현재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장혁준 오일퀘스트 대표·김대형 지질자원연구원 박사·김명준 전남대 교수가 자유토론에 임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던 공무원들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건설 재개를 주장하는 등 정부의 기조와 엇갈리는 행보를 걸었던 이관섭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임기를 1년10개월 앞두고 사임한 이유로는 정부의 압박을 받은 것이 꼽힌다.

이 전 사장은 지난 1월 에너지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정책 전환으로 한수원 및 원전 산업계가 어려웠다"·"우리의 마지막 원군은 지역 주민들' 등 이를 암시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반면 정재훈 신임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에너지 전환정책을 비롯한 변화를 두려워말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자"고 말해 대조를 이뤘다.

지난해 7월과 9월에는 우태희 전 제2차관, 김학도 전 에너지자원실장 등 산업부 에너지라인의 고위 간부 전원이 교체되기도 했다. 이들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탈원전 정책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다가 '눈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탈원전 정책에 대해 이관섭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왼쪽)과 정재훈 사장이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사진=한국수력원자력


에너지산업정책관·에너지자원정책관·원전산업정책관·에너지산업정책단장을 비롯한 에너지자원실 산하 4개 국장급 공무원 전원도 교체됐으며, 백운규 장관이 검찰에 의뢰한 자원개발 관련 검찰수사가 확대될 경우 현직 간부들도 소환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실패사례도 있지만 성공사례도 있는 자원개발을 '적폐'로 몰아 청산한다면 전기료 인상·전력공급 안정성 감소 등 재생에너지와 관련해 지적되는 문제들이 현실화될 경우 에너지전환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원전 가동률을 낮추면서 이미 한국전력공사·한수원의 실적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고 지난해 남동발전·서부발전·동서발전·남부발전 등 한전의 자회사들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평균 800억원 가량 감소하는 등 징조가 보이고 있어 나중에 꼬투리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원개발은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하고 실패사례도 수업료를 지불했지만 원인규명 등을 통해 노하우로 흡수할 것이 있는데 이를 청산해버리면 다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들은 영혼이 없다'는 말이 있는데 정부정책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사약'을 마셔야 하느냐"라며 "정부가 광물공사 해외자산 전부매각 방침을 확정했지만 이를 실행하는 공무원은  향후 광물 가격이 오르면 토사구팽 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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