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과 적극적 협업 진행…보다 빠른 기술력 확보로 경쟁력 강화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의선 부회장의 주도하에 적극적인 인수합병(M&A)를 통한 미래차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는 기존 독자적인 기술력확보를 해오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행보로 시간적인 한계를 뛰어넘고 빠르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법으로 해석된다. 이런 현대차그룹은 현재 글로벌 M&A 업계가 주요 플레이어로 꼽을 만큼 많은 변화가 전개되고 있다.

   
▲ 현대차그룹과 바이두가 개발 중인 차량용 AI 샤오두 로봇(기아차 스포티지(현지명 즈파오) 탑재한 모습 /사진=기아차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와 바이두는 지금까지의 협업 수준을 뛰어넘는 강력한 동맹을 결성하기 위해 베이징에 위치한 바이두 본사 사옥에서 '커넥티드카 전략적 협업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는 자동차 산업 프레임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킬 커넥티드카 시대를 앞당겨 고객이 경험해 보지 못한 혁신적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양사 공통의 목표와 도전 의식에 따른 것이다.

바이두는 검색엔진, 인공지능, 음성인식, 커넥티비티 등의 분야에서 중국 내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 최근에는 커넥티드 카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사업 영역을 크게 넓혀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4년부터 바이두와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스마트 기기에 대한 관심이 자동차 부문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중국 시장의 수요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날 MOU 체결로 양사는 미래 자동차의 핵심기술 경쟁력인 지능화와 커넥티비티 트렌드에 대한 공동의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구체적 협업은 △커넥티드카 서비스 △음성인식 서비스 △AI(인공지능) 로봇 개발 △IoT(Internet of Things) 서비스 등 4대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된다.

이런 현대차의 행보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정몽구 회장의 숙원이던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모두 직접 생산하는 그룹의 수직 계열화를 진행해 왔던 현대차그룹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외부 투자나 M&A에 큰 관심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1997년 일본 도요타가 하이브리드카를 양산하며 특허 장벽을 세우자 이를 따라잡기 위해 10여 년을 독자 개발에만 몰두한 바 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현대차그룹은 현재 일본과는 다른 독자적인 병렬형 방식의 하이브리드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또 지난 1998년 개발에 착수해 2013년 양산에 성공한 수소차도 현대차그룹의 단독 작품이다.

독자적인 노선을 걸으며 나름의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현대차그룹의 맹점인 IT분야의 기술력 확보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속도와 노하우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 전문분야이던 자동차의 분야보다 IT분야의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에 독자적인 자립을 이어오던 현대차그룹이 손에 꼽히는 M&A플레이어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최근 10개월 동안에 해외 기술 기업 7곳에 투자하는 등 해외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공지능 음성 인식 기술 기업 사운드하운드(미국)에 55억원을 투자했고, 12월엔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기술 기업 옵시스(33억원), '아시아의 우버'라는 싱가포르 그랩(270억원)의 지분을 사들였다.

올해에는 전고체 배터리 업체 아이오닉머티리얼(미국·55억원), 자율주행차용 레이더 전문 스타트업 메타웨이브(미국), 커넥티드카를 위한 통신 반도체 기업 오토톡스(이스라엘), 차량 공유 기업 카넥스트도어(호주)에도 투자했다.

투자 이외에 상호 기술을 공유하는 협업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지난달 아우디와 수소차 기술 공유를 위한 동맹을 맺었고, 핀란드 에너지 기업 바르질라와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을 함께 하기로 했다. 인공지능 초고화질 카메라 기술 기업 딥글린트(중국)와도 협업하기로 했고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바이두가 추진하는 자율주행 프로젝트 '아폴로'에도 참여한다. 

   
▲ 지난 2018 CES에서 직접 부스를 돌며 미래기술을 체험중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이같은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은 정의선 부회장의 젊은 경영방침에서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정 부회장은 과감한 경영스타일로 많은 성과를 보였다.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고 고성능 N브랜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인재경영부터 선대의 현장·품질경영 등과 병행하며 빠른 성과를 보였다.

또 정 부회장은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설립을 통해 해외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등의 노력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는 작년 말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와 서울 강남에 2곳을 설립했고, 연내에 이스라엘, 중국, 독일까지 총 다섯 도시로 확대해 개방형 혁신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움직이는 스마트폰으로 변해야 되는 자동차를 현대차그룹이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에는 시간적인 제한이 크다”며 “이런 현재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대차그룹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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