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걷기 힘든 계곡, 랭글러 루비콘 길 만들기 깜짝
불가능 가능케 한 랭글러 루비콘 오프로드 실력 매력만점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오프로더의 로망 지프 랭글러가 11년 만에 풀체인지를 통해 진보된 디지털화로 진화했다.

아날로그와 투박함의 대명사였던 랭글러가 첨단 디지털 장비와 함께 다운사이징 된 파워트레인을 통해 새로운 기술력을 품고 미래지향적인 오프로드 차량으로 돌아왔다. 

   
▲ 스마트해진 2018지프 랭글러 루비콘이 계곡을 건너고 있다. /사진=지프코리아


이는 진정한 오프로드를 즐기기 위한 최강의 조건은 고스란히 이어받고 까다로운 환경규제와 소비자 취향까지 소화해 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아날로그와 투박함의 대명사인 랭글러가 신형 모델로 등장하며 최신의 오프로더를 위한 ‘짚차’로 돌아온 것이다. 

현재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불리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SUV를 통틀어 ‘짚차’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이는 SUV아이콘이었던 지프(JEEP)차를 한국식 발음으로 부르는 것으로 SUV의 원형이 된 차량의 역사를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는 다양한 SUV들의 디자인이 도심형과 공기역학 등을 이유로 유선형의 차체디자인을 보이고 있지만 지프는 원형을 유지하는 선에서 디자인 체인지를 통해 아직도 직각의 상자에 가까운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디자인을 촌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지프만의 독특한 디자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으며 클래식한 매력으로 승화시켰다. 

11년 만에 새롭게 출시된 랭글러(JL) 역시 이 같은 디자인 철학을 이어받았다. 

극한의 오프로드 코스에서 시승한 랭글러 루비콘의 외관은 기존 지프 DNA를 고스란히 간직했지만 차량 움직임은 완전히 새로워진 차를 타보는 느낌을 줬다. 

랭글러를 상징하는 7슬롯 그릴과 원형 헤드램프 옆에 가로형 주간주행등을 새롭게 넣으면서 전면부 얼굴 인상이 강렬해졌다. 후면은 지프 고유의 사각 테일램프를 유지했다.

실내는 새 옷을 입어 깔끔해졌다. 아날로그 계기판은 최신형 디지털 클러스터로 바뀌었다. 차량 정보를 안내하는 터치스크린은 사이즈가 커져 시인성이 좋아졌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와 연결성이 추가됐다. 변속기와 4륜구동 장치의 모양도 투박함을 벗었다.

   
▲ 스마트해진 실내 인테리어로 돌아온 2018지프 랭글러 루비콘 /사진=미디어펜


새로운 플랫폼 채택 효과도 더해졌다. 도어, 후드, 휀더 등에 알루미늄 사용이 늘어 섀시에서 90kg 무게를 감량하면서 차체 강성은 높였다. 

엔진 다운사이징을 시도한 파워트레인은 신차 변화의 핵심이었다. 힘은 유지하면서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이전 6기통 3.6ℓ 가솔린 엔진(285마력, 35.4㎏·m)은 4기통 2.0ℓ 터보 엔진(270마력, 40.8㎏·m)으로 교체됐다. 배기량이 작아졌는데 오히려 순간의 힘이나 정지 상태에서 출발 할 때의 발휘 할 수 있는 토크는 더 높은 수치로 변경됐다. 

육중한 지프랭글러 루비콘차체를 움직이는데 2000cc 엔진의 힘이라고 믿기 힘들정도의 출력을 보여줬다. 

보통 2000cc 가솔린 엔진은 현재 국산 중형세단 차량에서 많이 사용되는 엔진으로 발군의 속도감이나 민첩성을 기대하기는 부족함이 있던 엔진이다. 하지만 지프는 고압터보를 적극 활용해 이런 답답함을 해결하고 어디서든 잘 달리는 랭글러로 완성시켰다.

지프 관계자는 “대폭 확장된 냉각시스템을 통해 보다 높은 압력의 터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 2000cc 가솔린 터보엔진임에도 부족함이 없는 랭글러로 완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랭글러 루비콘을 운전하면서 2t가량의 육중한 차량의 움직임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경쾌한 운동성능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랭글러 루비콘을 몰고 본격적인 험로 계곡에 들어갔다. 미끄러운 돌들이 불규칙적으로 놓여있는 계곡 길에서 사람조차 걷기 힘든 길이었지만 자동차인 랭글러 루비콘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앞으로 나아갔다. 

   
▲ 2018지프 랭글러 루비콘 2열시트 공간 /사진=미디어펜
   
▲ 스마트해진 실내 인테리어로 돌아온 2018지프 랭글러 루비콘 후방카메라 /사진=미디어펜

45도 가량의 기울기가 있는 바위도길 가볍게 넘어서며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운전자에게 어필하는 듯 했다. 랭글러 루비콘과 함께라면 어떤 길도 다 갈 수 있을 것 같은 만족감을 선사했다. 

갈 수 없을 것 같았던 계곡을 지나 일반적인 오프로드길로 여유롭게 빠져나왔다. 험난한 계곡을 빠져 나온 다음이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반 오프로드 코스가 편안하게 느껴졌다. 

오프로드 코스가 끝나고 아스팔트에서 치고 나가는 부드러움은 훨씬 매력적이었다. 출력은 줄고도 토크가 향상돼 초반 가속감은 더 경쾌했다. 과거 일상주행은 힘들다는 랭글러의 편견을 가볍게 무시하고 도심에서 운전하는 맛을 끌어올렸다.  

5단 변속기가 8단 자동 변속기로 대체된 것도 변속 과정에서 매끈함을 더했다. 스티어링휠의 반응은 한 손으로 방향을 전환하기가 쉬워 여성들도 다루기가 편리할 것 같았다.  

즉 새로운 새대로 진화한 랭글러는 오프로드 마니아의 전유물에서 일반 운전자까지 소화가 가능한 형태로 돌아온 것이다. 과거부터 랭글러는 오프로더들 사이에서 갖고싶은 차 1위였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불편한 차량이라는 인식이 강해 일부 계층의 전유물에 가까운 차였다. 

하지만 신형 지프 랭글러는 일반 차량에서 찾아보기 힘든 USB-C타입 단자까지 품고 첨단사양으로 돌아오며 더 많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는 모습으로 부활했다. 

이런 진화는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던 기존의 매니아층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일 수 있지만 새로운 고객유입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진화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가격은 많이 올랐다. 기본형 스포츠는 4920만원에 책정됐다. 루비콘(5740만원) 기준으로는 구형보다 900만원 올랐다. 플랫폼이 바뀌고 편의 기능이 좋아지면서 가격 인상분이 반영됐다. 하지만 수입 SUV 차량들과 비교했을 때 가격경쟁력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이 차량은 가솔린 모델이다. 디젤차 특유의 진동과 소음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극한의 오프로드 특화 모델임에도 가솔린 엔진을 통해 도심과 오프로드 모두에서 만족할 만한 차량으로 완성시켰다는 것이다. 

이 같은 특징을 보유하고 있는 차종이 현재 국내에 없기 때문에 앞서 말한 경쟁력은 충분히 존재한다. 신형 지프 랭글러 가격은 △스포츠 모델 4940만원 △루비콘 모델이 5740만원 △루비콘 하이 모델 5840만원 △사하라 모델 6140만원이다.​
   
▲ 스마트해진 2018지프 랭글러 루비콘이 계곡을 건너고 있다. /사진=지프코리아

   
▲ 스마트해진 2018지프 랭글러 루비콘이 계곡 중간에 멈춰 섰다. /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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