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검토 마쳐 문제없다' vs '시행령 만능주의에 국회패싱'…내년 최저임금, 사실상 1만원 넘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정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시급 환산시 주휴시간(유급휴일에 산정되는 시간)을 포함시키면서 '적법성' 논란에 이어 '인건비 폭탄' 후폭풍까지 야기해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최저임금 산정시 법정 유급휴일을 포함할 경우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8350원이 아니라 1만원을 넘게 된다.

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 10.9%보다 더 높은 고율로 올라가 대기업조차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실제로는 일하지 않는) 주휴시간을 넣기로 결정하고 전체 임금을 실근로시간에 주휴시간을 더한 값으로 나눠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따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동안 일관되게 실근로시간만 소정근로시간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판결해왔다.

경영계는 정부의 이번 개정에 대해 지난 10월 대법원 판례(2018도6486)에도 반하는 등 부당하다는 이유로 헌법소원 준비에 들어갔다.

법조계는 "대법원이 주휴시간을 제외하고 '소정근로시간'인 174시간만으로 최저임금을 산정하라고 판시했는데 정부가 무리한 해석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야권은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 처리가 '시행령 만능주의'이자 '국회 패싱'으로서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기업들은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연봉 5500만원을 넘더라도 기본급이 적고 성과급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경우 대대적인 임금체계 개편이 시급하다.

한국경영총협회는 이에 대해 "노조 합의 없이는 어떠한 임금체계 변경도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시행령 개정안의 모순을 지적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2월11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미칠 영향은 더 부정적이다.

일부 대기업에만 존재하는 약정휴일을 기준시간에서 제외한 것은 영세사업주들에게 도움되지 않고, 별도 주휴수당이 없는 임금체계를 운영하는 중소기업 실정에서는 범법 사례만을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일하지 않은 시간에도 임금지급을 강제하며 세계적으로 극소수 국가에만 존재하는 주휴수당을 폐지해야 한다"며 반발했고,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 절반 이상이 범법자가 될 것. 고용부의 과도한 행정해석을 바로잡겠다"며 헌법소원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주휴수당을 폐지할 뜻을 밝혔다.

법관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피력한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대법원의 일관된 기존 판결을 감안하면 주휴시간을 포함시킨 원안을 폐기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으나 정부 수정안은 이를 외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법정 주휴시간까지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면 20% 이상 인건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며 "경영계가 헌법소원 움직임을 보이는 등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PC방 업주 한모씨(38)는 이번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인건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쪼개기 알바를 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근로기준법상 주당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만 받을 수 있는 주휴수당"이라며 "올해에 이어 내년도 최저임금이 인상되는데 주당 14시간 이하로 알바들을 나눠서 쓸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이미 법적 검토를 마친 사안으로 산입범위 결정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시행령을 바꾸면 법원 판례도 바뀐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정책은 국민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속도조절론을 언급했다.

정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이를 수정할지, 부정적 영향과 이에 대한 우려를 무시하고 강행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