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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치원 3법' 통과 안된 진짜 이유
'회계 투명성' 내세워 퇴출의 자유·사유재산 통제할 우려…재무회계 특수성 무시한 '비리' 낙인찍기
김규태 기자
2018-12-28 13:42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위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결국 여야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본회의 안건에 오르지 못하고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됐다.


'유치원 3법' 처리 무산을 놓고 여야는 '네 탓 공방'을 예고해 새로운 대치정국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유치원 3법 처리 불발에 대해 28일 "12월 임시국회가 종료되면서 남긴 오점"이라고 규정하면서 그 책임을 자유한국당으로 돌렸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유치원 3법이 통과하지 못한 이유는 한국당이 내놓은 개정안과 민주당이 추진한 개정안의 전제와 내용이 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유치원 3법이 불발에 그친 속내는, 올해 국정감사 최고의 이슈였던 사립유치원에 대해 민주당이 일각의 여론에 발맞추어 '비리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내밀었고 이에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등 사립유치원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감스타로 떠오른 박용진 의원을 필두로 일명 '사립유치원 비리'를 계속해서 부각시켜, 국감 당시 비등했던 서울교통공사 등 정부·지자체 공공기관의 고용세습·채용비리에 대해 다른 태도를 보였다.


사립유치원의 회계 처리는 2012년 누리과정 도입 후 정부 지원금이 혼재된 후 법적으로도 비리나 횡령이 아닌 합법으로 판단 받아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3개월간 이러한 재무회계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낙인찍기에 몰두했다.


정부는 국회가 유치원 3법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해 사립유치원에 대한 대대적 압박에 나섰다.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위한 '유치원 3법'은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해 본회의 안건에 오르지 못하고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됐다./사진=미디어펜


민주당과 정부가 바라는 대로 유치원 3법이 통과될 경우, 회계 투명성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이 통제되고 경영상 이유로 퇴출할 자유(폐원) 자체가 봉쇄될 우려가 커진다.


기존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강제 전환하는 것도 문제다. 보조금으로 전환되면 대법원에서 판시한 사립유치원 운영상 자율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사립유치원과 국공립유치원간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각자 가진 안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유재산으로 일구어진 사립유치원을 정부가 통제하려면 헌법 제23조(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에 따라 매입하거나 임대해야 한다.


사립학교법상 교비회계와 동일하게 볼 수 없기 때문에 사립유치원 교비를 설립자가 사적으로 사용하더라도 이에 대해 비리나 횡령이라는 법적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


우리나라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치원 교육은 헌법상 규정한 의무교육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공교육도 아니다.


놀이학교·어린이집·유치원 등 만 3~5세가 다닐 수 있는 형태도 다양해 학부모 선택에 달려있고, 지난 수십 년간 설립자 사적재원으로 사립유치원이 운영되어왔다.


애초에 사립유치원은 1980년대 유치원 확대를 원했지만 재원 부족으로 엄두내지 못했던 전두환 정부가 민간을 끌어들여 개인이 자발적으로 유치원을 건립해 운영할 수 있도록 정책적 편의를 제공한 것에서 출발했다.


정부와 여당의 유치원 3법이 내년 그들의 바람대로 통과한다면, 헌법소원 등 법적분쟁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립유치원을 비리집단으로 낙인찍어 본질을 호도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처사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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