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문재인 정부가 해외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우리 기업들이 무방비하게 노출될 수 있는 상법 개정안을 다시 꺼내들어 재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비롯해 다중대표소송제도,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인데, 이것이 상법 개정에 따라 의무화될 경우 외국계 자본 규합해 감사위원을 선임하고 그들측 인사를 경영진에 참여시켜 대주주 의사결정권이 과도하게 제약받을 수 있다.

다중대표소송제가 통과될 경우 외국계자본이 모회사 지분을 취득해 자회사 경영에 개입하는 등 자회사가 독립적 경영을 하지 못해 재빠른 의사결정을 못하게 된다.

실제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세계 대다수 국가에서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지 않은 상태며, 미국과 일본에서는 매우 엄격한 소송제기 요건을 내걸고 예외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불공정을 시정하고 공정경제의 제도적 틀을 마련하기로 하고 상법 등 관련법안 개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며 "공정경제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위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더 활성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법무부는 14일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에 따른 후속조치 보도자료를 내고 "기업 투명성 확보,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마련을 위해 상법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혀 재계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상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는 2017년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끝으로 자유한국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아, 향후 실질적인 법제화까지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 법무부는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에 따른 후속조치 보도자료를 내고 "기업 투명성 확보,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마련을 위해 상법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사진=법무부 제공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1일 시정연설을 통해 상법 개정안, 소위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를 요청했고 이에 대해 법무부는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본 기업지배구조 개선' 간담회를 열고 상법 개정안 논의를 구체화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소액주주 권한을 강화해 총수 일가와 대주주를 견제하고 경영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국내 기업에 주어지는 여러 제약이 더 무거워져 기업 경쟁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경총은 지난해 "경영권 공격자와 방어자간 규제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인데 현재도 공격적인 외국인 펀드가 국내기업 경영권에 대한 공격 위협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러한 경영권 확보 위협에 대해 국내기업들이 대항할 수 있는 방어 행위를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며 "해외사례 및 기업 부담여력을 감안해 입법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이사 및 감사가 일부라도 선출되어 건전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오너 등 대주주의 일방적이고 불투명한 경영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실상 국회 차원의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한 가운데, 향후 정부가 기업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상법 개정안 추진을 강행할지 주목된다.

야당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방어수단이 취약한 우리 기업들이 해외자본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