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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현 산업부 기자 |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우리 경쟁당국은 기업들과 다른 부처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해 외로울 수밖에 없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3회 국제경쟁정책워크숍 기조강연에서 경쟁당국 공무원들에게 덧붙인 말이다. 한 기관을 이끄는 수장이기에 때론 외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기업들과 다른 부처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해 그렇다는 말이 어쩐지 좀 어색하다.
진짜 환영을 못 받고 있는지는 따져 봐야 알 일이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공정위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기업보다 더 외로울 수 있을까 싶어서다. 공정거래법, 상법 등 각종 반기업 규제에 시달려야 하는 기업은 외로워도 외롭다는 목소리도 내지 못한 채 숨죽여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 하에 '열심히 기업을 혼내주고 있는' 공정위의 수장이 외롭다고 느꼈다면, 그 원인을 기업이나 다른 부처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혹시 놓친 것은 없는지 복기해보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잘못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큼 값진 결론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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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김 위원장도 잘 알고 있겠지만 공정위가 법적 근거로 삼고 있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시장경제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으로 세계 100여개 국가가 집행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경우, 해당 법률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게 한다는 본래 법 취지와 달리 대기업을 규제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외로운 이유는 환영받지 못해서라기 보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자에게 주어진 숙명 같은 것일 수 있다.
안 그래도 본래 법 취지와 다른데다, 대기업을 사회 병리현상이라고 정의하는 학자가 위원장 자리에 오르니 '반기업 효과'는 배가 되지 않았는가. 이는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러하며, 미래에도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일 수밖에 없는 대기업이 숨죽여 지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언제나 소중한 자산일 수밖에 없는 기업을 그렇게 잡들이해서 되겠는가. 자중해야 한다.
물론 김 위원장 입장에선 "한국 대기업이 관료 등 사회 각계각층을 장악하고 있다"는 말을 만방에 고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외롭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거기에다 주어진 시간 대부분을 기업을 비판하는데 사용하기 위해 "재벌을 좋아한다"는 말을 덧붙여야 하는 이 세태가 야속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왔는데 아직도 대한민국의 반기업 정서가 100%에 미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외로움으로 번졌을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누군가는 100%에 미치지 못한 그것에서 희망을 봤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100%가 되지 못해 아쉬운 사람과 턱없이 적은 가능성에 희망을 두고 있는 사람 중 누가 더 외롭겠는가. 외롭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꺼내선 안 되는 이유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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