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노조에 쏠린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 기대
노동계 "파업권 무력화 조치" 강력반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근로자 단체행동권(파업권)과 사용자 영업권(경영권)에 대해 불균형을 초래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를 듣는 노동환경을 대대적으로 바꿀 법안이 발의되어 12일 각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 17명이 11일 공동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및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파업중 사측의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아 강성노조의 파업에 대항한 방어권이 없던 기업계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관측된다.

법 개정안은 대체근로 허용을 골자로 삼고, 사업장내 파업금지·파업 찬반투표시 파업기간 사전공고·위법협약 미시정행위 처벌 강화·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의 내용도 담아 민노총·한국노총 등 최상위 거대노조에 쏠린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한국당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군)은 "파업기간 중 대체근로를 전면 금지해 이에 따른 조업중단과 생산차질로 사업장 경영악화는 물론 수많은 중소·중견 협력업체로 피해가 이어지는 등 산업전반에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노사가 대립 아닌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건전한 노사관계를 확립하기 위해 파업기간에 한해서라도 허용해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추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파업기간 중 사업장 내 모든 시설에 대한 점거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며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대부분 선진국들은 근로자 단결권과 사용자 재산권 및 영업의 자유를 함께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사업장 내 쟁의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계가 즉각 "파업권을 무력화하는 조치"라며 강력반발하고 나선 이번 대체근로 허용법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명운을 가를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업중 대체근로 인정과 관련해 "이를 금지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한국뿐"이라며 "사용자·노조가 대등한 지위로 교섭함으로써 임금을 생산성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모든 사업장에서 쟁의행위기간 중 외부인력을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있고 업무를 도급·하도급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노사관계가 시장기제에 의해 견제되고 균형될 것"이라고 밝혔다.

   
▲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군)은 11일 대체근로 전면 허용을 골자로 삼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및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사진=미디어펜

박 교수는 "한국 파견법은 32개 업무에 대해서만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positive system)"이라며 "그 업무들은 주유원·주차장 관리원과 같은 단순업무가 대부분이고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를 일본·독일처럼 일부에만 파견을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꾼다면 일자리 수십만 개가 창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법조계와 정치권은 한국당이 내세운 이번 대체근로 전면 허용법안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이슈와 맞물려 여야간 찬반 논쟁이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등법원에 근무하는 한 현직판사는 "노사관계 관련법률이 가져야 할 핵심 내용은 당사자인 노사 누구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성과 타당성"이라며 "노동법이 노사관계 당사자 일방을 과보호하는 불공정하고 부당한 내용인 경우, 필연적으로 다른 당사자 일방은 불의한 법률로 인해 자신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 받고 공동의 발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타당한 법률만이 노동시장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국회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다루면서 노사간 불균형을 바로잡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 관계자 또한 "대체근로를 원칙적으로 허용않는 우리나라 노동법은 근로자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되 고용자 생산권을 심각하게 제약한다"며 "집단적으로 근로를 거부하는 단체행동권,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생산권은 상호적 권리로서 둘 다 보장되어야 한다. 향후 ILO 협약 비준 논쟁과 함께 첨예하게 다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방적 권리가 되어버린 근로자 파업권(단체행동권)은 '권리의 상호성'이라는 일반원칙에 위배된다"며 "원칙에 위배될뿐 아니라 노조에 비대칭적 힘을 부여해 이익을 돕는 매우 불공정한 규제"라고 언급했다.

지금까지 대체근로가 금지되었기 때문에 노조가 파업을 내세우는 순간 이는 '생산 중단'을 의미하므로 사측은 막대한 손실을 염두에 두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