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개정 놓고 이견 커 경사노위 합의 힘들어
'기울어진 운동장' 얼마나 더 악화시킬까 우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sation·ILO) 핵심협약 비준을 놓고 노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합의가 불발에 그쳐 국회로 넘어갈 전망이다. 향후 국회의 '협약 비준' 논의가 국내 노동시장에 일정부분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큰 문제는 노조에게 힘이 쏠려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 노동법 체계가 ILO 핵심협약(노동권에 관한 기본적 규율원칙) 비준을 계기로 균형을 완전히 잃을 것이라는 우려다.

국내 노동법은 노측 파업에 대응한 대체근로를 허용하지 않고 사측에게 고용유연성을 허락하지 않아 근로자를 과보호하고 있다. 정리해고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기업이 고용을 주저하는 요인이다.

실제로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경사노위 최대의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노조측 '단결권 강화' 요구에 대응한 사측 요구안, 대체근로 허용·노조의 사업장 점거금지·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이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핵심협약 8건 중 4건(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 87호·단체교섭권 98호·강제노동금지 29·105호)를 비준하지 않고 있는데, 4건 모두 국내법과 충돌하는 지점이 많다.

공무원·교원의 정치활동·단체행동권을 금지한 공무원노조법 4조·11조 및 교원노조법 3조·8조·11조, 해고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둘 수 없게 한 노조법 2조4호, 노조설립허가제 근간인 노조법 12조,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제약하는 노조법 2조1호와 충돌한다.

   
▲ 사진은 2017년 6월7일 국제노동기구 본부에서 열린 '노동권에 관한 기본적 규율원칙'(핵심협약) 컨퍼런스 106차 세션 모습./사진=국제노동기구 제공


협약 비준 후 국내법 개정까지 마치게 되면 해고자·실업자 모두 노조에 가입해 활동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소방관 등 전국 공무원·교사들의 정치활동·단체행동이 완전히 보장된다. 결국 이들의 총파업 여부에 따라 온 국민이 큰 불편을 겪고 사측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다.

전국적인 총파업 및 노조 난립은 물론이고, 해고자들과의 임금협상까지 각오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사실상 강성노조의 천국으로 전락하게 된다.

협약 비준은 차후 이를 지키겠다는 정치적 선언으로서 작동하고,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는 이에 발맞추어 관계법령 일체를 손보고 개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ILO 선임자문관 팀 드 메이어는 지난해 10월15일 관련토론회에서 "ILO가 일정표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을 어떻게 할지 정하는 것은 각 국가의 몫"이라고 밝혔다.

핵심협약 비준을 계기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는 한국의 경직된 노동시장이 어디까지 악화될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