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임의대로 사건 축소·은폐해도 검찰 알기 힘들어
'버닝썬 사건' 부패와 유착·'드루킹 사건' 살아있는 권력 눈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가시권에 놓이자, '검찰 대 청와대·법무부·경찰' 구도로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7일 법조계는 검찰을 견제하려다 무소불위의 경찰공화국이 도래해 '국민기본권'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법관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내놓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대로 기존 검찰 지휘권을 폐지하고 1차 수사종결권이 경찰에게 주어지면 국민기본권을 지킬 수 있나 의문이 든다"며 "경찰 임의대로 특정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더라도 검찰이 알 수 없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경찰로부터 송치된 214만9224명 중 85만2684명(39.8%)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전체사건 중 40%가 경찰 선에서 마무리된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더라도 경찰이 불응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될 경우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이 힘들고 이에 따라 수사절차의 위법성과 적절성 여부를 사후 검증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대검찰청 간부회의를 열고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지 않고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인 1차 수사종결권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연합뉴스

검찰 출신의 법조계 인사는 이날 "당초 수사권 조정 협의과정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이 수사권 조정과 아무 상관없는 자치경찰제를 전제조건으로 삼은 점"이라며 "각 광역단체장이 실질적인 수사권을 지닌 자치경찰의 인사권을 휘두를 경우 지방토호들과의 유착이나 시도지사 단체장의 정치적 의도에 따른 전횡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불거진 버닝썬 사건에서는 경찰이 부패와 유착되어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잃어버렸고, 앞서 일어난 '선거·여론 조작' 김경수·드루킹 사건에선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해 지탄을 받은 바 있다"며 "경찰이 수사권 조정안에 따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으면 국가정보권을 독점하는 부작용도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반발하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6일 "국회가 최종 결정을 내리면 검찰과 경찰 등 당사자들이 이를 수용해야 한다. 최종적 선택은 입법자 몫이고 검경 모두 존중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나섰다.

사법개혁 핵심은 검찰·경찰 수사기관끼리 상호 견제할 수 있고 국가형벌권을 독점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 있지만, '공룡경찰'과 '경찰공화국'은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에 역행한다.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라갔지만 실제 입법까지는 최대 300일 남아있다. 수사권 독점을 막고 청와대·광역단체장·유력국회의원 등 살아있는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하는 수사권 조정안이 마련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