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과정 사전 분석으로 실패를 방지하고 서비스 품질 높여야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서비스 청사진을 설계할 때는 고객의 동선을 기준으로 내부 직원의 서비스 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과 후방에서 서비스하는 직원 두 명의 직무가 각각 다르더라도 그들의 역할은 고객의 동선에 알맞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결국 직원 두 사람이 고객의 동선에 연결되어 고객의 참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지가 서비스 전달 과정을 설계하는 핵심 관건이 된다. 

서비스 청사진의 사례를 서울의 청담동 K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나의 어린 왕자에게(Dear My Little Prince)>전(2018. 10. 5 – 2019. 3. 31)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1943)는 180여개 언어로 번역된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동화이다. 

K현대미술관에서는 『어린 왕자』의 내용을 미술적으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전을 개최했다. 국내외 작가 20여 명이 참여한 이 전시회에는 회화, 영상 설치물, 비디오게임 같은 다채로운 예술 양식이 선보였다. 고객들이 색다른 문화예술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 '나의 어린 왕자에게'전 포스터 (2018). /자료=김병희 교수 제공
  
이 전시회의 부제는 현대미술(Visual)을 통해 동화 저편의 풍경(Scape)을 우리네 현실(Geo)로 가져온다는 뜻에서 'Geo+Visual+Scape'로 정했다. 동화 『어린 왕자』가 현대에도 살아 숨 쉬게 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참여 작가들은 동화의 핵심 주제인 '틀에 갇히지 않는 상상력'과 '길들여진다는 것'에 대해 자유롭게 미디어아트로 표현했다. 관람객들은 『어린 왕자』 속의 다음과 같은 명언을 따라가며, 미디어아트 동화 속으로 빠져들었고 할 수 있다. 

"만일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양 한 마리만 그려 줘요."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사랑한다는 말은 아껴야 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별들이 아름다운 건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 때문이야."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지만, 그걸 기억하는 어른은 없어."

   
▲ 미디어아트로 표현된 『어린 왕자』 속의 명언들. /자료=김병희 교수 제공

행동 영역과 선의 명료한 관계는 이 전시회의 서비스 청사진에 잘 나타나 있다. 고객의 행동 영역은 '어른들의 삶'에 익숙해져 있던 고객들이 여러 전시장을 둘러보다가 어린 왕자와 만나면서부터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되돌아보며 삶의 본질을 생각하도록 구성했다. 

전시장을 둘러보다 "양 한 마리만 그려줘요."라는 어린 왕자의 말이 나오는 지점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양을 그려보고, 체험 존에서는 고객이 조종사 체험을 해보도록 고려했다. 비디오 게임, 볼트와 너트를 활용한 입체 작품, 모션 페인팅을 관람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어린 시절을 떠올리도록 배려했다.

이밖에도 현장 직원의 행동, 후방 직원의 행동, 지원 프로세스 영역의 서비스 청사진을 체계적으로 구성했다. 구획 미장센이 돋보이는 4층 전시실, 네온 미장센, 비디오와 설치 작업실, 어린 왕자가 살았던 행성 B612에는 상호작용선과 가시선을 고려했다. 안전선으로 정해진 일정한 크기의 구획 안에 선의 요소들을 섬세하게 배치한 것이다.

씹다 버린 껌을 모아 샹들리에로 구성한 작품 <꿈꾸는 풍선껌>과 일몰을 44번이나 봤다는 어린 왕자의 말에서 착안해 3D 프린터로 출력한 설치물 위로 일출과 일몰을 인위적으로 연출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메시지가 등장하는 공간에도 상호작용선을 고려했다. 이밖에도 고객들이 전시 작품을 감상할 때 조금이라도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서비스 청사진을 설계하면서 후방 직원의 업무와 서비스의 지원 과정을 구별하는 내부 상호작용선도 반영했다.

   
▲ 구지은 작가가 씹다 버린 껌으로 만든 <꿈꾸는 풍선껌>. /자료=김병희 교수 제공

<데코저널(DECO Journal)>의 성은주 기자가 지적했듯이(2018. 10. 29), 이 전시회는 원작 동화를 시각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해석했다. 전시회에서는 가장 현대적인 미디어아트를 통해 동화 속 어린 왕자에게 온기를 불어넣어 관람객 앞에 소환했다. 문화예술 소비자들은 어린 왕자를 통해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렸는지 새삼 깨달았으리라. 이 전시회의 서비스 청사진은 고객들의 기억을 소환하는데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비스 청사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서비스 청사진을 설계할 때는 실패 가능성을 사전에 예상함으로써 실패를 미연에 방지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도록 고려해야 한다. 서비스 청사진을 설계할 때는 서비스 과정을 분석하는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다음에 고객의 행동, 현장 직원의 행동, 후방 직원의 행동, 지원 프로세스 같은 4가지 요인의 행동 영역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상호작용선, 가시선, 내부 상호작용선을 설정해 고객과 내부 직원의 실제 행동반경을 서비스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서비스 청사진을 설계하는 일반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체 서비스 과정을 분석하고 세부적으로 나눠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세부 단위를 설정해야 한다. 세세하게 구분된 세부 단위는 서비스 청사진을 설계할 때 필요한 기본 단위로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이전 단계에서 세세하게 구분된 서비스의 세부 단위를 서비스 청사진의 영역에 알맞게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때 서비스의 각 과정을 고객지향적인 관점에서 도식화하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셋째, 문화예술 서비스가 제공되는 현장에서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직원의 과업과 후방에서 서비스를 지원하는 직원의 행동을 구병해야 한다. 각자가 맡을 업무 내용을 구체적으로 도식화했을 때 효과가 높다. 

넷째, 현장 직원과 후방 직원이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도록 내부에서 도와주는 지원 프로세스를 도식화해야 한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무엇을 준비하고 보완해야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다섯째, 고객의 행동에 알맞게 서비스를 추가하고 각 과정을 서비스의 흐름에 따라 연결함으로써 서비스 청사진을 완성시킨다. 이때 4가지 요인의 행동 영역과 3가지 선의 연결 관계를 세심하게 점검해야 한다.

이상의 과정을 거쳐 서비스 청사진을 완성하면 몇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직원들에게 자신이 맡은 업무 과정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함으로써 고객들에게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서비스의 실패 지점을 직원들이 예측하게 함으로써, 상호작용선, 가시선, 내부 상호작용선을 다시 설정할 수도 있다. 나아가 서비스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과 예상되는 수익을 파악할 수도 있다. 문화예술 마케팅 비용을 추정할 기초 자료를 마련하는데 있어서 서비스 청사진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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