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재생에너지 전력 구입 단가, 2016년 대비 56% 상승
원전 전력 구입 단가, 1kWh당 66원…재생에너지 34% 수준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한국전력공사의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원자력발전 단가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주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한전의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5023억원 늘어난 6299억원으로 손실 폭이 확대됐다. 개별 기준으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06개 자회사의 실적을 제외한 한전의 영업손실 규모는 2조4000억원에 달했다.

한전은 이에 대해 원전 이용률이 54.9%에서 75.8%로 증가하고 발전 자회사 석탄 발전량 감소로 연료비가 4000억원 감소했으나, 민간 발전사로부터의 전력 구입비가 늘어난 것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력 구입비를 보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수력 제외) 구입 단가는 1kWh당 190.3원으로, 2016년 1분기 대비 56% 올랐다. 연도별로는 2016년 122원, 2017년 133.5원, 지난해 165.4원 등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기술개발을 통해 모듈·패널 등 관련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 발전단가가 개선될 것이라던 예상이 엇나간 것이다.

   
▲ 미국 LA 유니버셜스튜디오 내 설치된 태양광 패널(왼쪽)·댈러스 공항 인근 풍력발전기/사진=미디어펜


반면 원전의 경우 같은 기간 74.7원에서 66원으로 11.6% 하락했다. 재생에너지의 34%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는 원전 이용률이 54.9%에서 75.8%로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원전은 이용률이 높아질 수록 발전 단가가 낮아진 것에 기인한다.

정부와 친재생에너지 진영이 기대하는 '그리드 패리티'에 암운이 드리운 원인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태양광 발전의 특성이다. 태양광 발전설비는 해가 떠 있는 시간에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때는 전력시장가격(SMP)이 비싸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태양광 발전 단가가 가시적으로 떨어지는 방법은 하루에 해가 두 번 떠오르는 것밖에 없다"며 "태양광 발전에 적합한 지역 중 땅값이 낮은 곳에는 이미 패널이 가득, 향후에 들어설 설비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지가를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모듈이 태양광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 수준에 불과하며, 토지·망 연결·갈등해소 등의 비용은 쉽게 떨어지기 힘든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 신고리 3·4호기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새울본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투입되는 부담금 문제도 지적됐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발전의무비율(RPS)을 대폭 상향으로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정산금액이 급증할 것이라며 한전의 실적 악화를 예측한 바 있다.

발전 자회사들이 소형 태양광 사업자들이 생산한 전기를 20년간 고정가격으로 매입하는 한국형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및 이로 인한 송배전 비용 증가도 언급됐다. 계통접속 포인트를 늘리기 위해 관련 설비를 늘리는 과정에서 한전의 수익성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한전도 이같은 현상이 탈원전 및 에너지전환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으나, 원전 재가동이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액화천연가스(LNG) 및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인 국가들은 하나같이 발전단가 및 보조금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전기료가 높아졌다"면서 "최근 한전 산하 한국전력경영연구원이 이러한 분석을 내놓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