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과 가장 경쟁이 될만한 맛...비주얼과 공간의 바이브에서 비교 불가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호텔 빙수의 원조이자 지존의 자리는 아주 오랜 기간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가 지키고 있다. 파크하얏트서울에서 처음으로 고가 빙수를 출시했다고 알려졌지만,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호텔 고가 빙수 논란을 일으키고, 또 히트했던 곳은 2011년 선보인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가 분명하다. 

   
▲ 워커힐호텔서 5만7000원에 판매하는 애플망고빙수./사진=미디어펜

오랜 기간 호텔 빙수의 왕좌를 지키고 있는 신라호텔에 그랜드 워커힐 서울(워커힐호텔)이 도전장을 냈다. 메뉴도 똑같은 '애플망고빙수'이다. 가격은 신라호텔보다 비싼 5만7000원에 내놨다. 경쟁사보다 비싼 가격을 내세워 시선을 끌고자 했던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워커힐호텔이 애플망고빙수를 내놓은 지는 약 5년 정도 됐지만, 그동안 큰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워커힐호텔 측은 애플망고빙수에 대한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전략 상품으로 키울 의지를 드러냈다. 

워커힐호텔 '애플망고빙수', 신라호텔보다 비싼 가격 책정

지난 1일 애플망고빙수를 먹기 위해 출시일에 맞춰 워커힐호텔 라운지인 '더 파빌리온'을 찾았다. 올해는 빙수에 들어가는 망고의 양을 대폭 늘려 가격이 올랐다고 호텔 관계자는 전했다.

워커힐호텔 관계자는 "기존에는 애플망고가 1개 반 정도 들어갔는데 올해에는 2개 이상이 들어갔고 경쟁사보다 더 맛있게 만들었다고 셰프들의 자신감이 대단하다"라고 말했다. 

실제 애플망고빙수를 먹어보니, 애플망고 특유의 강한 단맛이 전해져왔다. 프랜차이즈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냉동 망고와는 확실한 차이가 느껴졌다. 비싼 만큼 제값을 한다는 느낌이다. 크기도 큼지막하게 잘라 먹음직했다. 빙수에 들어간 애플망고의 양도 상당했다. 빙수를 먹는 게 아닌 애플망고를 먹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거기다 빙수 얼음에까지 우유가 아닌 망고 주스를 얼린 것을 사용했다. 사이드로 시럽 같은 망고퓌레도 함께 나와 망고로 시작해 망고로 끝내겠다는 각오로 보였다. 

그동안 수많은 호텔이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또 많은 호텔에서 망고빙수를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수입산 망고를 사용하고 특별한 차별화가 부족했다. 그런 가운데 워커힐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신라호텔과 가장 경쟁이 될만한 맛이었다.

수많은 호텔서 망고빙수 내놨지만, 워커힐호텔 가장 신라호텔과 경쟁할 듯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이 신라호텔과 같은 제주도산 애플망고를 사용하지만, 양이 턱없이 적다. 그런데도 조선호텔 측은 신라호텔과 워커힐호텔과 같은 애플망고 2개가 들어간다고 고객에게 알리고 있다. 양이 적은 이유는 얼음에도 망고 과육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워커힐호텔이 망고 2개로 토핑에도 사용하고 얼음에도 사용하는데 그것과 비교해도 양이 너무 적다. 애플망고 2개를 사용하면서 가격은 4만6000원에 판매하다니. 신라호텔과 워커힐호텔이 폭리라도 취하고 있다는 것인가. 조선호텔 측이 애플망고빙수를 만드는 과정을 공개라도 하면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 서울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사진=미디어펜

워커힐호텔 '애플망고빙수', 신라호텔에는 역부족

그럼에도 워커힐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신라호텔을 넘어서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하고 싶다. 워커힐호텔은 올해 애플망고빙수 포토존(현재 공사 중)까지 설치해 인증샷 찍기 좋아하는 세대까지 잡겠다는 각오를 내세웠다. 

그러나 워커힐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맛은 좋았지만 사용하는 식기와 데코레이션, 더 파빌리온이라는 라운지 공간 등에서 신라호텔과 비교 불가였다. 

먼저 빙수에 사용하는 애플망고는 퀄리티는 정말 높아 보였고 사용하는 양도 매우 많아 5만7000원이라는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빙수에 사용하는 식기는 전통적인 놋그릇을 사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그릇을 사용한다는 점은 좋았으나 넓기보다는 깊이가 있는 그릇이라 양이 많지 않아 보였다. 또 애플망고빙수와 함께 망고퓌레와 과자를 몇 개 함께 제공한 점도 단조로워 보였다. 

무엇보다 단맛밖에 없다는 것은 금방 싫증을 내게 했다. 레몬 맛의 셔벗이 올라갔지만, 모두 단맛이었다. 빙수를 먹고 제일 먼저 찾은 게 물이었다.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망고와 팥, 우유 등의 맛이 조화를 이뤄 달면서도 우유의 부드러운 맛이 느껴진다.

얼음에 우유 대신 망고 주스를 사용한 것도 탁월한 선택인지 의문이다. 워커힐호텔의 애플망고 빙수의 얼음은 부드럽기보다 퍽퍽한 질감이 더 강했다.

신라호텔의 경우 애플방고빙수 서빙 과정에서부터 뚜껑에 덮어 제공된다. 고객이 보는 앞에서 뚜껑을 열 때의 신비감과 기대감은 매우 크다. 쉽게 말해 워커힐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비주얼 면에서 좀 더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맛은 잡을지 몰라도 공간이 주는 '바이브' 매우 떨어져

또 '더 파빌리온'이라는 라운지는 신라호텔의 더 라이브러리 라운지와 비교했을 때 공간이 주는 '바이브'가 매우 떨어진다. 더 파빌리온은 매우 낡은 측면이 크다. 서울 신라호텔의 더 라이브러리는 낮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라이브 음악이 연주되고 창밖으로 남산타워도 보인다. 특히 저녁 시간 신라호텔의 '조명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이와 비교해 워커힐호텔 라운지는 소파도 천 소재에다 오래된 탓에 이물질이 곳곳에 묻어 있다. 호텔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 뷰도 없다. 특히 천장에 걸린 뱀 모양의 샹들리에는 공포스럽기까지 할 정도다. 호텔 측은 '값비싼 작품'이라고 하겠지만 아무리 비싼 작품도 그 공간과 잘 어울려야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워커힐호텔은 '미각' 면에서 신라호텔을 겨냥하기는 했겠지만,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에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느낌이다. 

   
▲ 워커힐 더 파빌리온에 걸려 있는 뱀 모양의 샹들리에./사진=미디어펜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가 히트했던 배경은 맛의 영향도 컸겠지만, 공간이 주는 느낌, 직원들의 서비스 등도 큰 몫을 차지했다고 본다. 그런 점에 있어 고객들이 애플망고빙수를 먹으려고 일부러 워커힐호텔까지 찾아갈 이유는 크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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