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호텔 '주옥', 르메르디앙의 '허우' 등...반얀트리, 한식당 강민구 셰프와 서양식 선보여 고객 평가 엇갈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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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구 페스타 바이 민구 총괄 셰프./사진=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국내 호텔의 최근 트렌드 중 하나는 외부 외식 업장 혹은 셰프의 영입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더 플라자(플라자호텔)가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인 '주옥'을 입점시켰고, 반얀트리 서울은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인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를 영입, '페스타 바이 민구'를 오픈했습니다. 또 르메르디앙 서울은 서울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을 오랜 기간 이끌었던 후덕죽 셰프를 영입해 '허우'라는 레스토랑을 신규 오픈했습니다. 포시즌스서울도 직영 일식당 키오쿠를 없애고 '아키라 백'을 오픈했습니다.
특급호텔들이 외부 레스토랑과 셰프를 영입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발간된 지 3년이 지났지만, 호텔 레스토랑들이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들이 노력을 하지 않고 '별'을 받지 못했다면 이해를 하지만,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부진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것이 자체 역량을 키워 '별'을 받을 게 아닌 '별'을 받은 셰프와 레스토랑을 영입해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으로 이름을 알리자는 계산이 있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경영적인 배경이 큽니다. 호텔 식음 업장은 태생적으로 흑자를 보기 어려운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식자재나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적자 레스토랑을 없애고 임대 업장으로 돌리면 호텔 측면에서는 큰 리스크 없이 임대료 수입을 챙길 수 있습니다. 더 플라자의 경우는 로비 라운지까지 외주화를 했고 장사가 잘되는 뷔페 레스토랑과 중식당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부 임대 업장으로 바꿨습니다. 국내 특급호텔 중에 로비 라운지까지 임대로 전환한 곳은 더 플라자가 거의 유일할 것입니다.
호텔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도전 뿐 아니라, 경영적인 판단에 외부 업장 및 셰프 영입
여러 이유로 국내 호텔들이 외부 레스토랑과 셰프를 영입하지만, 운영 방식도 조금씩 다릅니다.
더 플라자의 경우는 신창호 셰프가 서울 청담동에서 운영하는 '주옥'을 아예 호텔 내로 가져왔습니다. 쉽게 말해 주옥의 본점이 로드 레스토랑에서 더 플라자로 변경된 것입니다. 셰프, 직원, 메뉴 등이 주옥과 거의 유사합니다. 대신 가격이 좀 올랐을 겁니다. 따라서 더 플라자의 주옥은 올해 발표할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의 후보가 될 자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면 반얀트리 호텔의 '페스타 바이 민구'는 전혀 새로운 공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강민구 셰프는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인 '밍글스'를 여전히 운영하면서 반얀트리 호텔과 페스타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페스타 바이 민구'.
더 플라자가 신창호 셰프의 주옥을 영입했다면, 반얀트리 호텔은 강민구 셰프와 조인트벤처 혹은 협업을 진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시즌스호텔의 '아키라 백'은 전 세계에 몇 군데 있는 '아키라 백'의 한국 지점을 오픈했다고 볼 수 있으며 르메르디앙 호텔은 후덕죽 셰프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그의 이름을 딴 '허우'를 오픈한 것입니다. 르메르디앙 호텔은 이 레스토랑을 위해 별도법인까지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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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스타 바이 민구의 서양식 음식들./사진=미디어펜 |
더 플라자의 '주옥', 르메르디앙의 '허우', 반얀트리의 '페스타 바이 민구'... 목적과 의도는 제각각
호텔들이 외부 외식 업장과 셰프를 영입하면서도 목적과 의도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규 업장의 평가나 맛은 어떨까요.
먼저 더 플라자의 주옥은 기존 로드 레스토랑에서 하던 메뉴와 운영방식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매우 빠른 기간에 안정화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호텔 측이 주옥을 영입하기 위해 큰 공을 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옥이라는 소프트웨어와 더 플라자라는 하드웨어를 결합한 것이지요. 그래서 고객들은 청담동의 주옥에서 경험했던 음식을 더 플라자에서 그대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한식을 하면서도 감각적이고 컨템포러리한 터치감이 묻어져 나왔습니다. 셰프가 한식이나 한국적인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반면 반얀트리 호텔의 '페스타 바이 민구'는 전혀 새로운 메뉴입니다.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를 생각하고 반얀트리호텔을 방문한다면 매우 당황할 수 있습니다. 국내산 식자재를 사용한다지만 대부분이 서양식(유럽식) 메뉴입니다. 호텔 측은 서양식이지만 '한국적인 터치'가 있다고 말하지만, 그런 걸 찾기는 매우 힘듭니다. 식기는 프랑스 브랜드인 베르나르도를 주로 사용하고, 인테리어도 기존 페스타에서 쓰던 것을 거의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페스타 바이 민구'는 한식으로 미쉐린 2스타를 받은 강민구 셰프가 서양식에 도전하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강민구 셰프의 실험공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식만 몇십 년 연구해도 아직도 한식이 어렵다고 말하는 셰프가 있습니다. 평생 중식만 만들어온 셰프가 어느 날 한식을 하고 싶다고 한식당을 차린다면 그 한식당은 어떤 모습일까요. 만약 후덕죽 셰프가 르메르디앙 호텔로 옮기면서 중식 말고 한식당을 차렸다면 주변의 반응이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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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플라자의 한식당 주옥의 테이블 세팅 모습./사진=미디어펜 |
한식당 하던 강민구 셰프 서양식 메뉴 선보여 호불호 갈릴듯
강민구 셰프는 한식으로 미쉐린 2스타를 받았지 서양식으로 2스타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레스토랑 곳곳에 언발란스함이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어 이 레스토랑에는 코리안 빈티지 컨셉으로 주목받았던 '프릳츠커피'와 협업했습니다. 프랑스 베르나르도 커피잔에 담겨 나오는 프릳츠커피를 마시는 당혹스러움을 어찌 표현해야 할까요.
음식들도 강 셰프가 직접하기 보다 타르틴베이커리, 메종 드 조에, 메종 조 등 외부 업체서 가져온 게 많습니다. 강 셰프는 '페스타 바이 민구'의 셰프라기 보다 컨설턴트에 가깝습니다.
단지 '페스타 바이 민구'는 호텔 음식 치고는 가격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 기존 강레오 셰프가 운영할 때보다 좀 더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오픈 초기일 수 있지만)일 것입니다.
강 셰프는 '페스타 바이 민구'를 오픈하면서 신선한 제철 재료와 국내산 재료를 쓴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그렇지 않은 레스토랑이 있을까요. 한국적인 식자재로 서양식을 하는 곳은 남양유업의 일치 레스토랑 등 많은 셰프와 레스토랑들이 시도하고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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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메르디앙서울의 허우레스토랑 후덕죽 셰프./사진=르메르디앙서울 |
르메르디앙의 '허우' 음식, 인테리어, 서비스, 철학 등 가장 완결성 높아
개인적으로 최근 변화를 준 레스토랑 중에는 르메르디앙 서울의 중식당 '허우'를 최고로 꼽고 싶습니다. 신라호텔 '팔선'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팔선을 국내 최고의 중식당으로 키웠던 후덕죽 셰프를 영입한 것도 그렇고 그의 음식 철학을 레스토랑에 고스란히 담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목적도 분명합니다. 허우는 팔선의 명성을 넘어서려고 하고 SNS에 소문을 내 단기간에 이름을 알리기보다 장기 전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음식의 퀄리티에 대해 알 만한 고객은 언젠가 찾아온다는 겁니다. 중식당에 모던한 인테리어를 도입하고, 무엇보다 격조있는 직원들의 서비스가 매우 놀라운 곳이었습니다. 비록 팔선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되지는 못했지만 허우는 머지않아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릴 거라고 감히 짐작해 봅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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