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글로벌 인재경영이 또 빛을 발했다. 북미시장의 반등을 위해 글로벌 라이벌 기업에서 영입한 외국인 사장이 3개월만에 성과를 낸 것이다.
현대차 북미권역 총괄 사장이자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는 호세 무뇨스 사장이 지난 4월 말 닛산에서 현대차로 합류한 이후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인재경영을 통해 디자인과 고성능 등의 분야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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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8일 현대차에 따르면 호세 무뇨스 사장이 미국법인 딜러 및 판매망을 총괄해온 지난 5월부터 미국 판매량 증가 폭은 이전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7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39만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보다 3% 증가했다. 이중 1월부터 4월까지 판매는 20만300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했지만 5월부터 7월까지는 4.6% 증가한 18만7663대를 기록했다.
지난달은 12% 늘어나며 올해 들어 처음으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올렸다.
판매량이 늘어난 배경은 투싼과 싼타페, 코나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꾸준한 성장세가 한몫했다. 7월까지 올해 SUV 누적 판매 비중은 52.2%인데, 지난달은 판매를 시작한 팰리세이드가 4000대 이상 판매되며 58%까지 확대됐다.
특히 현대차 미국법인은 SUV를 통해 매출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딜러에게 지원하는 인센티브를 현지 자동차업계 평균보다 낮춰 수익성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최초로 외국인을 사장 급으로 전격 영입한 인물이다. 북미 자동차 업계에서도 그의 이직은 관심을 끌었다.
현대차가 호세 무뇨스 사장에게 기대했던 것은 닛산의 미국법인 사장을 맡았던 풍부한 경험을 살려 미국 소비자 제품 만족도를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역할이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호세 무뇨스 사장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에서 25년간 일해 온 랜디 파커 판매담당 부사장을 잇달아 영입하는 등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현대차로 이직하기 직전에 닛산에 몸담았던 호세 무뇨스사장과 랜디 파커 부사장은 북미 자동차 업계에 전문가로 평가되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선택한 외국인 전문가 영입카드는 결과적으로 부진했던 제네시스 판매 향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7개월간 제네시스 브랜드는 1만1593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연초 G70이 추가되면서 판매량이 늘고 있으며, 특히 4월까지 제네시스 판매량은 5807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7% 늘었고, 5~7월에는 5786대 판매되며 무려 132%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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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시스 G70 /사진=미디어펜 |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는 6월말 미국 내 50개 주에서 별도 브랜드로 승인 받아 333개 독자 딜러망을 통해 판매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미 올해의 차를 수상한 G70 등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판매를 늘려가고 있고, JD파워에서 실시한 신차 품질조사에서 1위에 오르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인한 만큼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G80과 G90 등이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월 합산 판매량이 1000대 밑으로 떨어지자 프리미엄 시장 진입이 3년만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아왔다. 유럽과 중국 무대를 공략하지 못한 제네시스가 북미 시장에서 실패하면 사실상 내수 브랜드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G70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며 브랜드의 새로운 시작과 시장안착을 암시하고 있다. 올 연말 브랜드 첫 SUV GV80이 출시되면 세부 차종은 4개로 늘어나고 보다 많은 인기가 예상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네시스는 딜러망 정상화 이후 꾸준한 판매 증가가 나타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면서도 "(연 3만대 판매목표)아직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미 시장 판매 확대 등을 통해 지난 2분기 영업이익(1조2377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30% 급증했고, 2017년 3분기 이후 7분기 만에 1조원을 넘어섰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실적 반등 목표가 북미 판매 호조에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하반기 집중되는 해외 각 지역별 신차 효과에 환율 호재 영향은 긍정적이다. 지난 2분기 현대차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2460억원의 이익을 실현했다. 상반기 현대차는 우호적인 환율 효과를 누렸으나 혼다, 닛산 등 일본 업체는 엔고로 인해 수익성이 하락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일본 수출 규제가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며 "오히려 원·엔 환율 상승은 주요 경합지역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앞서 디자인부문에서 피터 슈라이어 사장의 영입을 시작으로 고성능분야에 알버트 비어만 사장 등을 영입해 각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진일보를 만들어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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