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트 700·1000·7000·WXB 등 제작…"자동화 도입 가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트렌트 7000·WXB A프레임 등 공급
[미디어펜(더비)=나광호 기자]"이번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체결한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상당의 최첨단 항공기 엔진 부품 납품계약은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제품의 생산을 맡긴다는 것으로, 앞으로도 글로벌 밸류체인(GVC) 안에서 양사가 경쟁력을 갖길 바랍니다."

지난 5일(현지시각) 영국 더비 소재 롤스로이스(R-R) 공장에서 만난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터빈 부품은 금속의 녹는점 대비 250℉(약 121.1℃) 가량 높은 온도를 견뎌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워릭 매튜스 롤스로이스 부사장은 "민수·군수 항공기 엔진, 방위산업, 파워 시스템 등 3개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면서 "항공산업이 전 세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2.7%)을 줄이기 위해 하이브리드·전기식 항공기 엔진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매튜스 부사장은 "롤스로이스는 현재 700여개의 협력사들과 일하고 있으며, 이 중 주요업체는 120여개사"라면서 "이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탑10에 포함되는 기업으로, 'Supplier Best Practice Award 2019'를 수상하는 등 높은 퍼포먼스를 앞세워 신뢰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 영국 더비 소재 롤스로이스 공장/사진=미디어펜


이어 도착한 R-R 프로덕션 테스트 시설에선 10m 길이의 디젤엔진 등 롤스로이스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들을 볼 수 있었다. 롤스로이스는 구축함과 요트를 비롯한 선박과 JCB의 트랙터 등에 엔진을 납품하고 있으며, 주요 사업은 트렌트(Trent) 700·900·1000·7000·WXB 등 민수 항공기 엔진 분야다.

트렌트 700은 에어버스의 A330 등에 적용되며, 롤스로이스의 시장점유율은 80% 수준이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경쟁하고 있는 트렌트 900은 A380 기종에 탑재되는 것으로, 롤스로이스가 시장의 3분의 2 상당을 장악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트렌트 1000 제품은 전기적 요소가 많이 적용됐으며, "WXB는 높은 효율성이 장점이고, 7000은 최신형 기종에 들어간다"면서 "팬(fan) 케이스는 파손시 기체손상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복합소재로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선 블레이드와 콘(터빈 중심부) 및 실물크기의 파워 기어박스 등도 볼 수 있었다. 콘은 높은 고도에서 찬 공기로 인해 결빙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무로 만들어지며, 터빈은 공기 흡입→압축→배출 등의 과정을 통해 항공기를 움직인다.

   
▲ 5일(현지시각) 영국 더비 소재 롤스로이스 공장에서 워릭 매튜스 부사장이 회사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블레이드는 티타늄 복합소재로 제작된 덕분에 무게가 적게 나가며, 1개의 블레이드가 2층버스 8대를 지탱할 정도의 강도를 보유했다. 엔진 내부에서는 시속 950마일(약 1529km)의 속도로 회전하며, 먼지 유입 등을 막기 위해 엄격한 제조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트렌트 900 제조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작업자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이들은 통상 12~15일 당 1대의 엔진을 만들며, WXB의 경우 1일 1엔진 생산도 가능하다. 이곳의 총 작업인원은 1만여명으로, 대부분의 공정은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엔진은 수평 또는 수직 상태로 제작되며, 더비에서 1차 가공을 마치면 독일로 이동해 이후 작업이 이뤄진다.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자동화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항공기 엔진 제작은 정교함을 요구하기 때문에 베테랑들의 수작업이 필요하다"면서도 "일부 공정에 대해서는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1884년 설립된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기준 196억달러(약 22조7654억원)의 매출과 8억달러(약 929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며, 5만45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롤스로이스에 △트렌트 1000 인터케이스 △트렌트 900 모듈 △트렌트 WXB CRIC △트렌트 7000·WXB A프레임 등을 공급하고 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