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시제기 출고 목표…노후 전투기 대체용 4.5세대 기종
관련 산업 기술 축적·일자리 창출·부품 수급 애로 해소 등에 일조
   
▲ 나광호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나광호 기자]1930년대 후반 개발된 영국 항공기 제조사 슈퍼마린의 전투기 '스핏파이어'는 독일 폭격기로부터 덩케르크에 고립된 장병을 구하는 작전에 투입되는 등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을 지켜낸 전투기로 알려져 있다. 

당시 영국은 1929년 발생한 대공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노후기 대체 및 나치의 부상 등으로 필요성이 생기자 전투기 개발에 돌입한 결과 동급 성능의 매서슈미트 Bf109를 상대로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혈투를 벌일 수 있는 기체를 만들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2001년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늦어도 2015년까지 최신예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말한 것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8조원 이상의 사업비가 예상되는 등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무기개발'로 불린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이 한화시스템·LIG넥스원 등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KF-X는 현재 상세설계검토(CDR)가 완료됐으며, 2021년 4월 시제기 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발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게 일고 있다.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이 미국의 F-35 이상의 기종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4.5세대 전투기를 만드는게 맞냐는 것이다.

개발 실패에 따른 리스크가 크다는 점도 지적된다. KF-X가 2030년까지 실전배치 되지 못할 경우 F-4 등 3세대 기종의 퇴역으로 인해 우리 공군의 전투기가 300대 수준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시제기가 2021년 나온다고 해도 몇 년 가량의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것도 언급된다. 미국과 러시아도 최소 5년을 소요하는데 경험이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한국으로서는 KF-X 개발에 투자한 비용과 해외 무기체계 도입 등 이중고를 겪게될 공산이 크다. 인도네시아가 자국 무기 또는 원유를 비롯한 현물로 분담금 지급을 대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걸림돌도 꼽힌다.

당초 F-35가 대당 1억달러를 넘기고 있었으나, 내년 인도분이 8000만달러 수준으로 인하되면서 KF-X 가격에 상한선이 생겼으며, 인도·터키·일본·중국·미국 등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출도 쉽지 않다는 것도 우려대상이다.

   
▲ 한국형전투기 KF-X 1:1 모형/사진=미디어펜


하지만 이는 KF-X가 우리 군의 노후 기종을 대체하려는 프로젝트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반론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F-4E와 KF-16 등이 2040년 초중반 '전역신고'를 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산업 관련 기술축적 및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KF-X 개발사업에는 16개 국내대학과 11개 연구소 및 85개 업체 등 총 112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시제작이 본격화되면 35개 기관이 추가로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만 700여명의 인력이 채용되고, 특히 조선업계 설계인력 260여명이 채용되는 등 지역경제 안정화에도 일조하고 있다.

외국산 기체 의존도를 낮추면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된다는 것은 프로야구 FA시장만 봐도 알 수 있다.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팀들은 선수 영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반면, 마땅한 대체자가 없는 경우 한 선수에게 1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한 사례가 심심찮게 나오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 군이 관련 사업예산 및 도입후 부품 수급문제 등 외국산 기체 수입에 따른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도 잊어서는 곤란하다. 2030년 이후의 미래전장에서 차세대 전투기들이 종횡무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5세대 기체로의 업그레이드를 목표로 하는 KF-X의 개발에 힘을 실어줄 명분으로 부족하지 않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