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변호인 "렌터카에 모바일 플랫폼 적용한 것 뿐…본질은 같다"
검찰 "타다, 사실상 콜택시 영업에 불과해 렌터카라고 할 수 없어"
파파 "더 나은 서비스 제공 취지…검찰, 섣부른 사법 판단 아쉬워"
   
▲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공판에 출두하는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타다와 검찰이 법정에서 팽팽한 법리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업계 후발 주자인 파파가 타다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파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에 'AI 정부'를 선언한 청와대의 입장이 무색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 등의 변호인들은 지난 2일 박상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장에 나왔다. 이들은 "지금까지 법으로 허용돼온 '기사 딸린 렌터카' 사업에 불과하다"며 "모바일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것일 뿐, 본질적으론 렌터카"라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타다는 모회사인 쏘카로부터 렌터카를 빌려오고, 이용자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11인승 승합차(카니발)를 호출해 이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다시 말해 VCNC가 빌려온 차와 함께 기사를 고객들에게 대여해주는 것이다.

   
▲ 서울중앙지방검찰청./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검찰의 시각은 달랐다. 김태훈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 5부장검사는 쏘카와 VCNC가 국토교통부로부터 면허를 교부받지 않고 유상운송을 했다고 판단했고, 여객자동자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양벌 규정에 따라 두 대표들을 법정에 세웠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 34조 2항에 따르면 "자동자 대여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자에게 운전자를 알선해선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검찰 측 논리에도 일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행령에는 외국인 또는 장애인과 함께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임차하는 자에 대해선 운전자 알선이 허용된다고 명시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변호인들은 "시행령에 이 같은 조항이 새로 생겨날 때 국토부가 '카 셰어링 활성화 규제 완화 일환'이라고 해석했기 때문에 타다 서비스가 입법 취지에 맞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변호인들의 주장에 "혁신적 모빌리티 사업을 표방하는 타다는 사실상 콜택시 사업을 영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용자는 운행 지배권자가 아니고, 자동차손해배상법상 승객일 뿐이기 때문에 임차인이라고 볼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검찰은 "국토부도 우버와 같은 유사한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대해 불법 유상 운송이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며 "이 같은 속성들에 따라 타다는 유사 택시로 분류되기 때문에 렌터카 업종에 적용되는 '운전자 알선 예외 규정'이 적용될 수 없고, 신유형의 산업이라고 해도 현행법이 허용하는 선에서 커야 한다"고 부연했다.

   
▲ 파파./사진=큐브카

타다와 검찰의 치열한 공판에 업계 후발 주자인 파파는 좌불안석인 모양새다. 지난 8월 13일 서울개인택시평의회는 '파파'의 김보섭 큐브카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타다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김태훈 검사는 같은 이유로 지난달 4일 김 대표를 서울 강남경찰서로 하여금 조사토록 했다.

김보섭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같이 영세한 스타트업에도 검찰이 수사할 줄은 꿈에도 몰랐으며,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며 "검찰이 섣부른 사법적 판단을 한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 때문에 국내 신산업 분야 창업과 성장이 제대로 싹을 틔워보기도 전에 불법 여부를 판정 받고, 서비스 형태를 변경하거나 포기하는 등 스타트업계에 검찰발 피바람이 불고 있음에도 정부 각 부처와 국회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 대표는 타다와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가 된 만큼 앞으로 타다의 법정 공방 결과가 큐브카의 파파 사업 향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벤처기업협회는 지난 10월 4일자 성명서를 통해 "혁신·벤처업계는 '타다' 서비스에 대한 검찰의 불구속 기소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 신산업 창업 및 혁신동력의 중단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협회는 "'규제 공화국'이라 불리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환경하에서 힘겹게 합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혁신기업의 서비스를 위법으로 판단하면 신산업 창업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간에서 싹튼 혁신과 신산업 창업의지가 정부 등 공공부문에 의해 정면으로 가로막히고 있으며, 신산업 분야 글로벌 경쟁력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가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환경을 조속히 현실화 하거나 관련 신산업의 입법화를 조속히 마무리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 레드 플래그법이 시행됐던 1900년대 초반의 영국 도로 풍경./사진=ACM

일각에서는 2차산업혁명이 시작될 영국의 상황에 빗대 '레드 플래그법'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레드 플래그법은 마차 산업이 자동차 산업에 밀릴 것을 우려한 영국 정부가 마부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산업을 포기하며 만들어낸 규제다. 현재는 폐기된 이 법은 자동차 탑승인원·탑승자별 역할·차량 속도 규제 등을 골자로 했는데, 이로 인해 영국은 세계 자동차 산업계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공교롭게도 검찰이 이 대표와 박 대표를 기소한 지난 10월 28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AI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AI 정부'를 강조하던 날이었다. 문 대통령은 네이버 개발자 컨퍼런스 '데뷰'에서 "정부는 개발자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도전할 마당을 만들고 지원할 것"이라며 "규제의 벽을 과감히 허물고 한국 AI 기술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