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펫보험’의 정체성이 보험업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펫보험을 인(人)보험의 종류로 분류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되며 반려동물을 ‘재물’로 봐야할지 ‘사람’으로 봐야할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반려동물보험을 제3보험으로 분류했다.
보험은 사고발생의 객체에 의해 사람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는 인보험과 물건이나 재산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는 물보험으로 나눌 수 있다.
제3보험은 생명보험의 정액보상 특성과 손해보험의 실손보상 특성을 모두 갖고 있어 어느 한쪽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 영역으로 분류된다. 이에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모두 판매 가능하다.
펫보험은 그동안 동물을 국내 법체계상 ‘물건’으로 분류해왔기 때문에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해왔지만 최근 김 의원의 개정안 발의로 인해 보험업계엔 혼란이 찾아왔다.
해당 개정안은 반려동물에 대한 기존 법적 체계를 뒤흔들 뿐만 아니라 생명보험사까지 펫보험 판매권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법에서는 동물의 점유자가 그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면서 동물을 점유자(사람)의 관리 대상으로 보고 있다.
또 타인의 동물을 학대했을 때에 형법상 재물손괴죄를 적용했다. 동물보험법이라는 별도의 법에서 동물 학대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지만 형법의 틀에서는 동물을 재물로 간주했다.
업계에선 펫보험의 제3보험 분류를 위해선 동물을 정의하는 법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반려동물을 사람과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갖게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역시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수의학회 역시 반려동물을 제3보험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한 서울시수의학회 관계자는 “민법상에서도 법인과 자연인만이 소송의 주체로 한정될 수 있다”며 “나머지는 대물로 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물은 직접 치료비를 청구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닌 보존을 받는 개념”이라며 “‘인’의 개념으로 다룰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법적체계에서 벗어나 단순히 펫보험을 생명보험사에게 판매권을 확대한다는 개념으로만 접근한다 하더라도 펫보험에 대한 생명보험사의 관심도가 크지 않다는데도 문제가 있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제도적 기반이 없는 펫보험은 비급여 문제 등 통제가 불가능한 요소가 많은 시장”이라며 “위험률 등 통계가 없는 상황에서 상품을 설계하는 것 역시 생보사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높은 것만으로도 감당이 불가능한 상황에 마찬가지로 비슷한 위험성이 큰 펫보험 시장에 뛰어들 이유는 없다”며 “펫보험이 보험업계에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맞지만 큰 이익을 가져올 시장으로 생각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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