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보험업계에서 부동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 땅과 건물이 재산이던 시대에서 ‘팔아야 살 수 있다’라는 추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앞다퉈 알짜 부동산들을 처분하고 나서는 배경엔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이 있다. 앞으론 부동산 보유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자본 적립금 축적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보험사 사이 건물 매각 러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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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전경/사진=미디어펜 |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최근 결산이사회를 열고 강남사옥 매각 안건을 의결했다. 현대해상은 이달 말 매각 주관사를 선정해 본격적인 절차를 진행한다.
강남사옥은 현대해상이 강남 지역 영업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2001년 말 준공한 건물로 지하 7층, 지상 19층, 3만4983㎡(1만582평) 규모다. 현대해상이 건물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시장에선 3000억원대에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지난해엔 삼성생명과 메리츠화재도 여의도에 위치한 빌딩을 매각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1월 매각가 2700억원대 수준에 우선대상협상자로 선정된 BNK자산운용에 매각을 완료했다.
메리츠화재는 1000억원대 매각가로 베스타스자산운용에 여의도 빌딩을 넘겼다.
한화생명도 지난해 서울 강서구 화곡동 사옥을 373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보험사들은 건물 매각을 통해 실적 메우기와 2022년 도입되는 새로운 회계제도(IFRS17·K-ICS)를 대비하는 등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건물은 회계상 취득원가 기준으로 평가돼 보통 시세보다 20~30% 낮게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건물을 매각하게 된다면 시세차익과 함께 현금화를 통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 이후부턴 부동산 보유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자본 적립금 축적이 요구된다는 이유도 매각 배경으로 꼽힌다. 현행 제도에서는 부동산 보유에 따른 가격 변동 폭을 6~9% 수준으로 보지만 신 지급여력 제도에서는 25%까지 넓게 본다.
가령 100억원의 부동산 자산 보유에 대해 현행 제도에서는 6억~9억원의 준비금이 필요하지만, 신지급여력 제도에서는 25억원의 준비금이 필요해진다.
이에 보유 부동산 자산이 많은 보험사일수록 더 많은 자본금 확충이 요구돼 부담을 느낀 보험사들이 부동산 정리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며 "보유 부동산 규모에 따라 자본확충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에 주로 대형사 위주의 부동산 매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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