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99개·아시아나 70개 노선 운항 감편·결항
허희영 교수 "FSC에도 발등에 불 떨어져…3일자 간담회서 지원책 있었을 것"
"정부, 항공업계 초토화 되기 전에 외교적 수단 강구해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대대적인 운항 스케쥴 조정을 시작해 항공업계가 전방위적 고행길에 올랐다. 때문에 LCC 뿐만 아니라 FSC까지 정부 구제금융 대상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4일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공지된 비운항 및 감편 노선 안내문./캡쳐=대한항공 홈페이지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2개 국적 FSC들은 각사 홈페이지에 운항 스케줄 조정 공지를 띄웠다.

대한항공은 △미주 △유럽 △중동 △CIS △동남아시아 △대양주 △동북아시아 등 7개 지역 99개 노선에 대한 비운항 및 감편을 알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탓에 대규모 항공편을 감편·결항하게 됐다"며 "비운항 노선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 최근 3개년 대한항공 노선별 잠정 실적 비중./자료=대한항공


2019년 잠정 실적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연간 여객 노선별 판매비중은 미주가 29%로 가장 높았다. 이어 동남아시아(21%), 유럽(19%), 중국(12%), 일본(9%, 국내선(6%), 대양주(4%)로 집계됐다.

   
▲ 2019 아시아나항공 3Q 여객 노선별 영업 실적 비중./자료=아시아나항공 자금팀 IR파트


아시아나항공 역시 7개지역 70개 노선에 대해 비운항 또는 감편한다는 입장이다. 회사측 IR자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분기 여객 노선 기준 매출액의 21%가 미주, 19%가 중국 노선에서 발생했다. 뒤이어 동남아시아 18%, 유럽 16%, 일본 10% 등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운항 거리에 따라 항공 운임이 책정되기 마련이다. 양대 항공사 간 노선별 비중 차이는 있으나 중장거리 노선들에 큰 비중을 두고 있어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또한 단거리 노선이지만 매출 규모가 큰 일본·중국 노선 또한 예외 없어 항공업계가 본격 고난의 행군을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얼마나 감소했는지에 대해선 아직 데이터가 없어 1분기 공시를 통해 확인해야 할 것"이라며 매출 감소세가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이 같이 유례 없는 업황 부진에 FSC들도 LCC와 마찬가지로 정부 지원 대상에 포함될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 3일 정부는 항공사 CEO들과 재차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에서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사장을 포함한 국내 9개 항공사 사장단과의 대화에서 항공업계의 어려움을 청취했다. 김현미 장관이 항공업계 대표들과 자리한지 20여일 만이다.

당시 정부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LCC에 대해서만 구제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FSC는 자발적으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오판한 탓이다. 때문에 이번 2차 간담회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역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모인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LCC 업계 실적 부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우려했던대로 FSC 경영 환경 마저 악화되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또한 발등에 불 떨어진 꼴"이라며 "항공업계 전체가 규모와 회사를 불문하고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기가 고조된 때"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나 FSC는 국적 항공사들 중에서도 공공성이 강한 국가기간산업에 해당한다"며 "더 많은 국가들이 여행 경보 수준을 상향해 입국 금지령을 내리기 전에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통해 업계의 시야를 터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상반기에라도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지 않으면 국내 항공업계에 지각변동이 심각한 수준으로 찾아와 초토화 될 것"이라며 정부 당국의 노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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