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 회사채 중심 상품군 선별해 산업구조조정 위한 매입 이뤄져야"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금융경제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혀 자금줄이 말라가고 있는 가운데 회사채·기업어음(CP) 만기 도래 폭탄이 다가오고 있다. 업계에선 회사채·CP발 위기를 우려하며 한국은행의 시장 적극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가 만기인 국내 회사채 50조8727억원 중 4월 한 달 동안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모두 6조5495억원으로 집계됐다. 4월은 회사채 발행이 가장 많은 만큼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도 크다. 

특히 4월 만기가 돌아오는 비우량 회사채(A0 이하)·비우량 CP(A2-이하)는 8조4626억원에 달한다. 이들 비우량 회사채·CP는 지난 3월 7조4014억원 어치 만기가 도래했고, 5월은 6조3200억원이다.

보통 만기가 도래하면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 회사채를 갚는 차환 방식을 사용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회사채 시장에 이상징후가 나타나면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CP 잔액은 현재 약 245조원이고 월간 만기도래 물량이 약 120조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우량 채권에 대한 회피가 본격화된 상황"이라며 "기업들의 장기 자금 조달처인 회사채에 이어 단기 금융 수단인 CP 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업계에선 미국 중앙은행(Fed)이 CP매입기구(CPFF)를 통해 단기 회사채를 직접 사들이는 것과 같이 한은이 위험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등의 ‘양적질적완화(QQE)’ 정책을 강행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미국 연준은 회사채 직접 매입은 미 의회의 법 개정이 필요하고,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신용 창구 설립을 통한 빠른 도입을 결정했다.

연준은 전날(현지시간) 국채와 MBS 매입 한도를 폐지하면서 무제한 QE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기업과 가계 신용 지원을 위한 3개의 특수목적기구(SPV) 설치를 공언했다. 

연준은 3개 기구에 총 3000억 달러 한도 내 지원 예정이며, 미 재무부가 3개의 기구에 대해 각각 환율안정기금(ESF) 100억 달러씩 지원할 예정이다. 

회사채 시장 지원과 관련해서는 △발행시장 기업신용창구(PMCCF)와 △유통시장 기업신용창구 (SMMCF) 도입을 결정했다. 

업계 전문가는 한은 역시 미 연준과 같은 강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이며, 비우량 회사채를 중심으로 한 매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경제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며 "코로나19로 위기가 닥친 지금은 한은이 회사채와 CP 매입에 적극 개입해야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위기가 생겼을 경우 정부가 돈을 쥐고 있다가 바로 투입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비우량 회사채 가운데 향후 한국 경제가 가야할 방향과 상품군을 선별해 산업구조조정을 위한 매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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