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흥덕구, 중량감 있는 현역 의원들의 맞대결
민주당 텃밭 지키려는 자와 지역구 옮기며 탈환하려는 자
코로나 19로 인한 국난의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국민의 대표를 뽑는 2020년 제21대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공직선거법 개정 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여러가지 측면에서 새로움이 있고, 흔히 '초유'의 선거라는 수식어가 일상적으로 붙는다.

만 18세, 일부 고교생도 처음으로 투표에 참가하게 되고, 준연동형비례대표제로 인해 단독 과반의 정당 탄생이 힘겨워지기도 하고, 사상 유래없는 감염병 사태 속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도 이번 제21대 총선은 유권자도, 후보도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선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는 오는 4월 15일 치러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나라를 꿈꾸는 시민들은 그 선거에서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던질 것이다. 

이에 본보는 이번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후보간의 격돌이 예상되는 10곳의 지역구를 선정했다. 그 격전지를 통해 이번 총선,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볼 예정이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44.7% 대 29.0%, 그리고 41.6%. 충북 청주 흥덕구에서 '단두대' 빅매치를 벌이는 도종환 후보와 정우택 후보간의 현 상황을 드러내는 숫자다.

지난 21~22일 KBS청주가 의뢰해 한국갤럽이 시행한 지역구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후보가 미래통합당 정우택 후보를 15.7%p 차로 앞서며 표본오차를 넘는 격차를 보였지만, 여론조사 응답자 중 41.6%가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밝혀 표심은 여전히 안갯속인 것으로 분석됐다.

   
▲ 지난 2019년 2월19일 당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전 장관(사진 좌측)이 섬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7년 9월5일 당시 정우택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좌)문화체육관광부, (우)자유한국당 제공
현역 국회의원이면서 장관과 원내대표를 지낸 여야 거물급 간의 정치생명을 건 맞대결로 평가되는 이 빅매치에서 도 후보와 정 후보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현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재선의 도종환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장관을 했던 경험이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을 여러번 겪었다"며 "오송 제3선단을 유치할 때에도,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를 해결할 때, 농산물 문제 등도 그렇다"고 밝혔다.

도 후보는 "산적한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 중앙정부에 이를 관철시킬 힘있는 여당 의원이 필요하다"며 "오송 바이오클러스터 또한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 유권자분들은 현명하게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도 후보는 정 후보와의 대결과 관련해 "중진 정치인이 오셨기에 긴장하고 있고 최선을 다해 끝까지 시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정 의원이 흥덕구로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여론조사여서 단정 지을 수 없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청주 흥덕구는 17~19대까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내리 3선을 역임했고 20대에서는 현 도종환 의원이 뽑혀 지난 16년간 민주당 깃발이 꽂힌, 충북 지역의 대표적인 '진보 텃밭'이다. 지역구를 바꿔 출마한 정 후보는 험지로 뛰어든 셈이다.

이번 대결에서 '못살겠다 바꿔보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은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출신이자 충남도지사까지 지낸 4선의 정우택 후보는 자신의 SNS에서 "2010년 충북도지사를 그만 두었을 당시의 흥덕구 시계바늘이 그대로 멈춰있다"며 "오송역세권 개발계획이 그대로 멈춰있는데, 이제 오송 바이오메카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는 "지난 16년간 청주 흥덕에서 우리 당이 국회의원을 내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흥덕구민들이 생각하는 인물론"이라며 "이제 제가 오면서 '해볼만한 인물이 왔다'는 평이 나타나고 있다. 충북 지역도 탈환하겠다는 인식이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는 도 후보를 향해 "도종환 대 정우택 구도가 아니라 충청권의 적장자로서 '보수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겠다"며 "지금보다 내 표가 떨어질 것은 없다. 하루하루 움직이면 표가 올라갈 것이다. 총선 승리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최근 선거 득표 결과를 보면 도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지난 11일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한 정 후보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먼저 노 실장으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은 도 후보는 2016년 총선에서 45.8%를 득표해 36.6%에 그친 송태영 새누리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했고, 지난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주흥덕에서 자신의 전국 평균 득표율을 웃도는 43.5%를 득표했다. 당시 청주흥덕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0.4%에 머물렀다.

이어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가 청주흥덕에서 박경국 한국당 후보(25.9%)를 누르고 62.4%를 득표했다.

   
▲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후보(사진 좌측)가 지난 23일 흥덕구 봉정사거리에서 선거유세를 펼치고 있다. 정우택 미래통합당 후보는 같은날 흥덕구 송정동 복대동 솔밭공원 사거리에 나가 선거유세를 펼치고 있다./사진=(좌)도종환 후보 페이스북, (우)정우택 후보 페이스북 제공

다만 중앙일보가 의뢰해 입소스가 지난 12~13일 이틀간 청주흥덕 지역구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도 후보의 응답층 결집율(자기 이념성향을 진보라 답한 응답층 중 73.1%가 도 후보 지지)에 비해 정 후보의 결집율(보수 응답층 중 55.0%가 정 후보 지지)이 상대적으로 낮아 지지층의 '추가 결집' 여지가 남아 있다.

또한 KBS청주방송총국이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21~22일 이틀간 만 18세 이상 남녀 청주흥덕 지역구민 505명, 서원구민 5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p)에 따르면 비례대표 선출에서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 간 격차가 오차 범위 내로 좁혀졌고, 응답자 중 41.6%가 현재의 지지 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고 밝혀 표심이 유동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 두 조사의 자세한 조사결과는 중앙선거 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량감 있는 현역 의원들이 출마해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히는 청주 흥덕구 판세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