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컨티넨탈호텔과 L7 홈쇼핑서 판매...과거부터 브랜드 아이덴티티 맞지 않게 호텔 운영, 홈쇼핑 판매 그 결과물 일수도
   
▲ GS샵에서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를 판매한다./사진=GS홈쇼핑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샤넬과 에르메스 같은 명품이 세일하는 거 보셨나요."

최근 만난 모 특급호텔 임원의 말이다. 코로나19로 호텔 객실점유율이 10%도 안 되는데 왜 가격은 내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고객들이 크게 줄면서 국내 호텔들의 고민이 깊다. 가격을 낮춰 고객을 모으기에는 호텔 이미지와 코로나19 전염 리스크가 매우 크다. 고객이 많아지면 코로나19 전염 가능성 역시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그래서 아예 문을 닫아 버린 호텔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 삼성동 특급호텔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과 롯데호텔의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 'L7'이 홈쇼핑에서 객실을 판매한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호텔 패키지 상품을 TV홈쇼핑에서 판매하는 것은 처음이다. 업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미지가 중요한 호텔업을 불특정 다수가 보는 TV홈쇼핑에 판매하는 것은 스스로 이미지를 깎아 먹는 행위라는 의견과 얼마나 객실이 안 팔렸으면 하는 안타까운 반응 등이었다.

또 해당 호텔들은 모두 대기업 계열 호텔로, 대기업 계열사에 홈쇼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호텔 객실의 홈쇼핑 판매는 올해 호텔업계의 최대 이슈가 되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홈쇼핑 채널을 통해 객실을 판매하는 것을 두고 크게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들이 과거 얼마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철학을 가지고 호텔을 운영하려고 노력했느냐는 질문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 롯데홈쇼핑에서 판매하는 L7호텔 숙박권./사진=롯데홈쇼핑

인터컨티넨탈호텔은 세계적인 글로벌 체인 호텔인 IHG의 최고 럭셔리 브랜드이다. 그러나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은 그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과거부터 저렴하게 객실을 판매해온 것으로 유명했다. 전 세계 인터컨티넨탈호텔 중 가장 저렴한 호텔 중 한 곳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과 함께 총 1200객실을 판매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럭셔리한 이미지보다 '방 팔이'에만 급급했다고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한번 떨어진 객실 가격을 올리기란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업계는 잘 알고 있다. 오죽했으면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을 비즈니스호텔로 아는 이들도 적지 않다. 

롯데호텔의 L7호텔도 크게 다르지 않다. L7은 롯데호텔이 젊은 고객층을 겨냥해 라이프스타일 호텔을 지향하며 2016년 론칭한 브랜드이다. 미국의 에이스호텔, 일본의 트렁크호텔 등을 표방했을 수 있다. 그러나 L7을 그 취지에 맞게 운영해왔는지 묻고 싶다. 혹시나 과거 객실 점유율을 높이려고 타겟층이 맞지 않은 중국이나 동남아 단체 관광객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을까. 노란색으로 인테리어를 꾸미고 시끄러운 음악만 튼다고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라이프스타일 호텔이 되는 것일까. 롯데호텔은 L7을 브랜드 특성에 맞게 제대로 운영해왔을까.

서울에 있는 호텔이 전국 방송인 TV홈쇼핑에서 객실을 판매하는 것도 난센스다. 지방에 사는 사람이 호텔 투숙을 위해 서울에 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또 해당 호텔이 지향하는 고객층과 불특정 다수가 시청하는 TV홈쇼핑과 맞는가도 고려했어야 한다고 본다.

해당 호텔들의 홈쇼핑 판매는 어쩌면 호텔 경영의 '철학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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