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출시 20년과 함께 새로운 모델로 등장한 현대자동차의 '더 뉴 싼타페'는 그동안 페밀리카와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역할을 톡톡히 해온 차량의 아이덴티티의 정수를 보여주는 모델로 진화했다.
4번의 풀체인지(완전변경)와 3번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를 포함해 총 일곱번의 변신을 거듭했지만 싼타페는 항상 진흙을 튀기며 산길을 달리기보다는 도심을 미끄러지듯 달리는 게 더 어울렸다.
이번 4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싼타페는 역시 그런 경향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줬다. 디자인부터 주행성능까지 격한 은 오프로드보다는 온로드를 달리는 듯 한 차가운 도시 남자 스타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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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더 뉴 싼타페. /사진=미디어펜 |
지난 2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서 더 뉴 싼타페를 시승해봤다. 시승 코스는 시승 행사장에서 고양시 덕양구 관세비스타까지 왕복 약 65km 거리였다.
시승차로는 2.2 디젤 최상위 캘리그래피 트림에서 한단계 낮은 프레스티지 전자식 상시 4륜구동 시스템(AWD) ‘HTRAC’과 7인승 좌석 등 풀옵션이 장착된 모델이 제공됐다.
더 뉴 싼타페의 외장 디자인이 처음 공개됐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개성 넘치는 독특한 디자인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다소 난해한 디자인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심지어 가늘게 찢어진 눈(상단 헤드램프)과 좌우로 넓게 벌린 입(그릴), 수직으로 늘어진 수염(T자형 주간주행등)으로 인해 ‘메기’를 닮았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실물을 살펴보니 사진으로 볼 때와는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온라인 공개 당시 사진으로 볼 때는 좌우로 펑퍼짐한 느낌이었다면, 실물은 볼륨을 한껏 살린 디자인으로 웅장한 느낌을 준다. 보닛의 디테일한 굴곡도 사진과 실물의 느낌이 전혀 다르다.
실물의 입체감과 디테일한 디자인을 100% 전달하지 못하는 사진의 한계로 인해 출시 전부터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게 된 게 안타깝다.
측면과 후면은 기존 모델에서 크게 바뀐 게 없다. 페이스리프트 모델로서는 차의 인상을 좌우하는 전면 디자인을 완전히 뜯어고친 것만 해도 큰 변화다.
외장 디자인보다 더 만족스러운 것은 인테리어다. 제네시스급 프리미엄 브랜드 차종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고급스런 디자인 요소와 고급 마감재를 아낌없이 사용해 운전하면서도 눈이 즐겁다.
크래시 패드부터, 센터페시아, 콘솔박스까지 운전자의 팔 높이까지 이어지는 센터 브리지는 디자인적으로 럭셔리한 느낌을 줄 뿐 아니라 편리하기도 하다. 운전석 우측에 수직으로 나열돼 있던 버튼들이 암 레스트에 걸친 손 바로 앞으로 자리를 옮겼으니 조작을 위해 굳이 몸을 숙일 필요가 없다.
편의장치 조작을 위한 주요 버튼들은 수평으로 뻗은 센터페시아 위에 가로 3열, 세로 7열로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마치 노트북 자판을 보는 듯 하다. 다만, 이런 식의 버튼 배치는 미관적으로는 매우 훌륭하지만 시선을 밖으로 고정한 상태에서 원하는 버튼을 찾는 데 곤란을 겪게 만든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다리’가 놓여 있으니 당연히 그 밑 공간도 존재한다. 브리지 밑에는 상당한 크기의 수납공간과 USB 충전 포트, 12V 파워아웃렛이 있다.
인조가죽으로 감싼 크래시 패드나 천장 등 실내 상단 부분을 감싼 스웨이드 소재 등 내장재의 질감도 모두 고급스럽다. 특히 운전자의 시선이 자주 가는 A필러의 스웨이드 소재는 운전하는 내내 고급차를 몰고 있음을 인식하게 해준다.
실내 곳곳에 배치된 조영 색깔을 바꿔주는 앰비언트 무드램프는 무려 64가지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시동을 켜고 도로로 나서면 이 차가 전형적인 도심형 SUV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승차감은 웬만한 세단 뺨치고, 정숙성도 뛰어나다.
지난 3월 4세대 풀체인지 모델로 출시된 기아차의 형제차 쏘렌토와 비교하면 싼타페의 서스펜션이 상대적으로 더 말랑말랑한 느낌이다. 운전 재미보다는 승객의 안락함에 더 중점을 둔 세팅이다.
소음은 이 차의 엔진이 디젤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차단됐다. 엔진 자체가 더 조용해진 것 같지는 않다. 정지 후 공회전 상태에서 외부에서 들으면 확실히 디젤엔진 특유의 털털거리는 소리가 난다. 하지만 흡차음재와 이중접합유리 등을 충분히 활용해 외부 소음을 최대한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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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더 뉴 싼타페 1열 인테리어. /사진=미디어펜 |
바람이 상당히 부는 날씨에 외곽순환고속도로와 자유로를 빠른 속도로 질주해도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이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달리기 성능은 고속 영역에서는 급가속 반응이 그리 즉각적이진 않지만 일상적인 주행 영역에서는 무난한 수준이다. 특히 저회전 구간에서부터 충분한 토크가 뿜어져 나와 급경사에서도 믿음직스럽다.
급회전 구간에서는 살짝 출렁이는 느낌이 있지만, 푹신한 승차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각종 주행보조장치들도 잘 작동됐다. 자유로의 과속 구간단속 지역을 스마트 크루즈컨트롤과 고속도로주행 보조 장치를 켜놓고 달리니 손과 발이 할 일이 없다.
좌우 회전 깜빡이를 켜면 클러스터에 측후방 화면을 보여주는 것도 편리하다.
연비는 시승 코스의 절반가량을 스포츠 모드로, 나머지 절반은 컴포트 모드로 주행한 결과 14.2km/ℓ가 나왔다. 시승 모델인 2.2 디젤 AWD 20인치 타이어 기준 신고연비인 복합 12.8km/ℓ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시승 코스가 고속도로 위주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고연비(고속 14.4km/ℓ)와 거의 일치한다.
실내공간은 형제차인 쏘렌토에 비해 조금 아쉽다. 4세대 쏘렌토는 6인승 모델의 경우 2열 독립 시트를 제공하고, 3열 레그룸도 확대해 3열 좌석의 쓰임새를 한층 높였지만 싼타페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한계상 그럴 정도로 실내공간을 넓히지 못했다.
싼타페까지 2열 독립시트를 가진 6인승 모델을 운영할 경우 상위 차급인 대형 SVU 팰리세이드의 장점이 희석될 가능성을 우려한 결정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싼타페 7인승 모델의 3열 좌석은 이전 모델과 마찬가지로 ‘비상용’일 뿐이다. 애초에 7인승 모델 자체가 없고 기본 5인승에 3열 좌석을 옵션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다만 7인승 옵션을 선택하면 3열 승객에게도 컵홀더와 USB 충전 포트, 12V 파워아웃렛, 에어벤트, 에어컨·히터 개별 조절 스위치 등이 제공된다.
트렁크는 3열 좌석을 접은 상태에서는 상당히 넓은 공간이 나온다. 2열 좌석까지 접으면 성인 두 명이 길게 누울 자리가 나온다. 바닥도 평평해 요즘 유행하는 ‘차박’에 적합하다. 2열 좌석은 트렁크 우측 벽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면 자동으로 접힌다(물론 다시 펴려면 힘으로 펴야 한다).
신형 싼타페는 지난해 11월 6세대 그랜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됐을 때의 느낌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당시의 그랜저는 너무 혁신적이라 호불호가 갈릴 듯한 디자인과 대중 브랜드에선 보기 힘든 럭셔리한 인테리어로 강한 인상을 남겼었는데, 이번에 출시된 4세대 싼타페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대한 인상이 딱 그렇다.
신형 그랜저가 역대 어느 세대의 풀체인지 모델보다 성공적인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처럼 신형 싼타페 역시 같은 길을 걷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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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더 뉴 싼타페 뒷좌석 트렁크 공간. /사진=미디어펜 |
싼타페 디젤 2.2 캘리그래피 트림 모델 가격은 2륜구동 기준 3986만원이며, 여기에 HTRAC(4륜구동)과 험로주행모드, 경사로 저속 주행장치가 묶인 옵션을 선택하면 226만원 오른 4212만원이 된다. 기본 트림인 프리미엄은 3122만원, 중간 트림인 프레스티지는 3514만원이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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