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수사' 사실상 무력화…소환·재판 질질 끌기 다반사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7일 발표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고립이 심화되고, 정권 관련 수사가 완전히 무력화되었다는 법조계 평가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황운하 민주당 의원·송철호 울산시장 등 문재인정부 인사들이 가장 많이 직접 연루된 사건으로, 재판은 6개월전 시작했지만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공전하고 있다.

피고인 13명 중 6명이 검찰로부터 사건 기록을 받지 못했는데, 기록을 넘겨줄 경우 기밀이 유출되어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직 수사 중인 관련사건의 피의자 신분인 송철호 시장은 울산시정을 이유로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도 지병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고 있다.

정식 재판도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재판부는 오는 9월 23일을 4차공판준비기일로 지정하면서 "실질적인 재판이 이뤄지도록 양측이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앞서 청와대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상황을 선거 전 18회·선거 후 3회 등 총 21회에 걸쳐 보고받은 것을 확인했지만, 13명이 무더기 기소될 때에도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8일 본지의 취재에 "추미애 장관의 두번째 인사로 윤석열 총장의 영향력은 사실상 끝났다는게 정확한 평가"라며 "더욱이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의 경우 이미 윤 총장이 지난 1월부터 김태은 부장검사로부터 직보 받아 진행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검사장 인사 발표 후 후속으로 차장-부장검사 승진-전보 조치가 날텐데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을 맡고 있는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 또한 복지부동할 것"이라며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 외에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또한 조사받아야 하는데 여기까지 가지도 못했다. 이번 후속인사가 발표난 후에도 부장검사나 실무를 맡는 부부장검사 이하 검사들이 6개월마다 자리를 옮길 수 있어 수사를 강행하기 힘든 여건"이라고 밝혔다.

두번째 사례는 검언유착 의혹에서 비롯된 '권언유착 의혹' 사건이다.

검언유착 사건은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여부를 적시하지 않고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등 언론인의 강요미수 혐의만 기소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을 향해 권언유착 수사에 나서라고 밝히고, 이와 관련한 수사팀의 내부보고서 존재도 알려지면서 불씨가 남아있는 상태다.

여권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한 수사를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가 역풍이 분 사안에 대해 중앙지검이 실제 수사에 착수할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유임되면서 추미애 장관으로부터 재신임 받은 '친문' 이성윤 지검장의 향후 선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월 임명된 직후 검찰 직제를 개편했다. 전체적으로 13개의 검찰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조정해 10개 부를 형사부로, 3개 부를 공판부로 전환시켰다./사진=연합뉴스

지방검찰청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이날 본지 취재에 "검찰 내부적으로는 뭉개기 수사한 검사에 대한 노골적인 논공행상 인사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인사가 만사다. 인사에 가장 영향을 받는 검사들 특성상 정권 관련수사가 원천 봉쇄되어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서부지검이 대표적 예"라며 "지난 5월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 고발장을 접수했지만 3달 가까이 윤미향 민주당 의원의 소환 일정을 잡지 않아 수사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실제로 인사가 만사다.

이성윤 지검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검찰의 꽃'인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차장은 앞으로 지난 4월 총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비롯해 청와대의 선거개입 사건을 지휘하게 됐다.

수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다. 사건 마무리는 끝나지 않았다. 혐의 및 기소 여부에 대해 검찰은 언젠가 결론을 내려야 한다.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검찰의 칼날이 얼마나 무뎌지고 빗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