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성 문제로 연구 중단 잇달아…기대심리 뚝
임상 3상 일정 차질...내년 상용화 가능성 낮아
   
▲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 소재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현장간담회'에 전시된 시약./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 중인 글로벌 제약사들의 임상 중단 소식이 잇따르면서 감염병 사태 수습에 대한 기대감도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최근 단일클론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임상시험 중단을 발표했다. 이는 의약품안전성모니터링위원회(DSMB)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DSMB는 안정성 문제를 이유로 일라이릴리 측에 임상시험 추가 참여자를 투입 중단하도록 했다. 

앞서 일라이릴리는 지난 8월부터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백명을 대상으로 단일클론 항체 치료제의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해오고 있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 여러 기관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승인된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와 효능을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일라이릴리 측은 임상 중단 발표 당일 "DSMB의 권고에 따라 임상시험을 중단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문제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라이릴리의 임상 중단 소식이 있기 전날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도 "임상 3상 시험 과정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면서 안정성을 위해 연구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존슨앤드존슨는 "문제가 발생한 임상 지원자는 앙상블(ENSEMBLE) 독립 데이터안전모니터위원회로부터 진단을 받는 중"이라는 설명만 할뿐 구체적인 상황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앙상블은 이번 백신에 대한 연구명이다.

존슨앤드존슨은 임상 3상 결과를 이르면 올해 말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연구 일시 중단으로 계획했던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존슨앤드존슨은 질환이나 사고, 기타 부작용은 임상 실험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이며 연구 중단과는 엄연히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안정성을 위협하는 부작용 사례로 인해 임상 시험이 중단된 만큼 연구의 재개 시점도 쉽게 관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 기업에선 발생 문제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연구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안전성 문제로 연구가 중단된 사례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영국계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도 지난달 8일 옥스퍼드대학교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서 영국 피험자 1명에게서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연구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해당 피험자는 횡단척수염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문제를 파악한 이후 영국과 일부 국가에서 약 1주일만에 연구를 재개했다. 단 미국에서는 아직 중단된 상태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 달여 새 임상 3상 시험에서 잇달아 문제가 발생하면서 코로나19 완전 극복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레이스 선상에서 선두에 있는 기업들이 연구를 원활하게 진행할 경우 빠르면 내년 말께 관련 의약품이 상용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으나, 지금으로썬 연구 속도가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연구개발을 하는 모습./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국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걸음마 수준 

국내 사정 역시 마찬가지다. 글로벌 기업과 비교했을 때 개발 속도가 걸음마 수준이다. 그도 그럴게 코로나19 중증, 경증 환자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임상시험에 속도를 붙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개발 완료 시점 역시 내년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기업은 제넥신과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3곳이다. 

제넥신의 DNA 백신 'GX-19'는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내 1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1상을 통과하는 대로 2a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가능성도 높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19 백신 임상 1상을 신청했다. 개발 중인 백신은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제조한 합성항원 백신으로 타 백신에 비해 안전성이 높은 게 특징이다.

진원생명과학은 DNA백신 'GLS-5310'의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며 연내 임상시험승인신청(IND)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치료제는 셀트리온에서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 'CT-P59'와 GC녹십자의 혈장 치료제 'GC5131A'가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8일 CT-P59의 예방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밀접 접촉자 및 무증상 확진자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셀트리온은 이번 예방 임상시험에서 감염 예방 효과 및 초기 바이러스 사멸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증,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 3상도 진행할 예정이다.

셀트리온 측은 "향후 임상 결과에 따라 기준에 충족될 경우 조건부허가 신청을 검토 중이다"며 "지난달부터  회사 대량생산 시설에서 공정검증 배치 생산을 시작해 향후 국내 및 해외 시장에서 치료제 대량 공급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GC녹십자는 GC5131A에 대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 중이며 폐렴을 동반하거나 고령 및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코로나19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한다. 임상 승인 허가를 받은지 한달만인 지난달 21일 중앙대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에게 첫 투약을 진행했다. 

혈장치료제의 임상시험은 해외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GC녹십자가 참여한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 얼라이언스'는 임상 3상을 시작했다. 

얼라이언스에는 GC녹십자 외에 BPL, CSL, 다케다(Takeda), 바이오테스트(Biotest), 옥타파마(Octapharma) 등의 글로벌 혈액제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임상 1상만 면제한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임상 1, 2상이 모두 불필요하다고 판단돼 3상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임상 3상은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가 주도한다. 미국, 아르헨티나, 덴마크, 영국 등에서 500명의 코로나19 환자에 투여할 예정이다. 해외에서 임상 3상 시험에 돌입하는 코로나19 혈장치료제는 국내에서 GC녹십자가 진행 중인 임상 연구와 동일한 방식으로 개발된 면역글로불린 제제다. 

의료계 전문가는 "혈장치료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연구 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면서 "다만 혈장치료제의 관건은 코로나19 회복 환자에게서 얼마나 많은 혈장을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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