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칼날에 정권수사 무력화·윤 총장 고립됐지만…
대전지검 vs 서울중앙지검 구도, '대결' 법조계 주목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내년 7월 말까지 임기인 윤석열 검찰총장의 버티기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고심이 깊어 가는 모양새다.

양측 갈등으로 불거진 '특수활동비 감찰' 공방이 역으로 '추미애 장관의 자살골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불거지는 가운데, 윤석열 총장이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하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오차범위 밖으로 제치자 줄기차게 윤 총장을 견제해온 추 장관은 머쓱해졌다.

특히 추 장관은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총장을 향해 "임기제는 검찰사무에 대한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검찰을 무대로 정치하라는 정치무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치하려면 사퇴하는 게 마땅하지 않나 하는 국민적인 지적이 당연히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초 발간된 '2020년 검찰 연감'의 발간사에서도 양측은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발간사를 통해 윤 총장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형사법 집행 권한을 국민을 위해 정말 필요한 곳에 행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고, 추 장관은 격려사에서 "검찰이 지난 한 해간 국가와 국민에 기여한 점과 부족했던 점을 돌아보고 더 나은 검찰, 국민 신뢰를 받는 검찰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 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추 장관과 윤 총장 간의 계속된 갈등에 대해 문재인 정부 입장은 최대한 침묵을 지키는 것이었으나,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열린 취임 300일 기념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윤 총장은 자숙하고 추 장관은 직무수행 과정에서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지난 4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책임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총리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추 장관은 올해 취임하자마자 1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인사 칼날을 휘둘러 윤 총장의 고립이 심화되고 정권 관련 수사가 대부분 무력해진 상황이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과 법정 진행 중인 사건에서도 양측은 대립 중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겨냥해 12일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를 강제할 수 있는 법률 제정 검토를 지시하면서, 자신의 측근인 정진웅 차장검사에 대해 정 차장검사가 불구속 기소됐지만 직무 배제하는 것을 유보했다.

특히 최근 불거진 대전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또한 법조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2018년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조기 폐쇄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 조작과 증거 인멸까지 조직적으로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

법조계와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는 산업부로부터 월성 1호기 폐쇄 추진 상황에 대해 주기적으로 보고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검은 대통령비서실-산업부-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간의 의사결정·지시과정이 어떤지, 청와대 등의 지시로 한수원이 평가 변수를 조작해 경제성을 재산정하는 조작을 했다는 의혹의 실체를 확인하고, 지시자의 '최종 윗선'까지 규명할 전망이다.

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정용환 부장검사)는 윤 총장 부인 김건희 씨 회사의 '전시회 협찬 청탁' 의혹을 중심으로 세무 당국으로부터 과세자료를 확보하며 수사에 들어갔다.

법원에서 "주요 증거에 대한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압수수색영장이 통째로 기각됐지만, 중앙지검은 김 씨에 대해 과세자료 분석 등 기초조사부터 다시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앙지검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윤 총장에 대한 압박용으로 착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마지막으로 '검언 유착' 의혹을 언론에 처음으로 제보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까지 이끌어낸 '제보자X' 지모(55) 씨가 법원의 증인 출석 요구에 거듭 응하지 않자, 이 또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명분을 우습게 만들고 있다.

검찰이 직접 사건 관계자인 한 검사장을 불기소하고 법정에서는 검언유착 의혹이 아니라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만 놓고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한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끝날 전망이다.

추 장관은 자신의 인사권을 최대한 휘둘러 윤 총장 측근 모두를 지방으로 좌천시키거나 정권 관련 핵심 수사에 손대기 힘들게 만들었다.

윤 총장 퇴임까지는 아홉 달 남았다. 향후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얼마나 더 이빨을 드러낼지, 이와 비례해 윤 총장의 정치적 입지를 얼만큼 키워줄지 주목된다.